데뷔 첫 4번타자의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일까. 이승엽 감독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가 대실패로 돌아간 두산이 4연패와 함께 최하위 추락 위기에 놓였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2일 잠실 LG 트윈스전 선발 라인업을 작성하면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초대형 트레이드로 합류한 추재현을 전격 4번타자로 기용했다. 2018년 넥센 히어로즈 2차 3라운드 28순위로 뽑힌 추재현의 데뷔 첫 4번 선발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추)재현이가 좋다. 팀 사정상 타순을 짜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라며 “재현이가 상무, 롯데 때 많이 보지 않았던 선수인데 올해 처음 보니까 콘택트가 좋은 타자인 것 같다. 타석에서 맥없이 그냥 범타로 물러나지 않는 유형의 타자다. 타구 질도 좋고, 캠프에서 기대했던 만큼 지금 충분히 제 몫을 잘 해주고 있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당시만 해도 추재현의 4번 기용은 제법 괜찮은 용병술로 평가받았다. 연패 중이라 한방보다는 콘택트가 좋은 타자들을 배치해 차곡차곡 득점을 쌓는 게 중요한 상황이었고, 정확한 콘택트와 부드러운 스윙으로 1차 스프링캠프 MVP를 거머쥔 추재현이 거기에 딱 어울려 보였다. 추재현은 최근 3경기 연속 안타를 비롯해 5경기 타율 3할1푼8리(22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 OPS .984의 좋은 감을 자랑하기도 했던 터.
데뷔 첫 4번 중책의 부담이 컸을까. 추재현은 기대와 달리 3번 양의지, 5번 양석환 사이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2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LG 에이스 요니 치리노스에게 3구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맥없이 물러났고, 4회초 2사 1루에서 치리노스를 만나 3구 만에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끝냈다.
공교롭게도 경기 후반부 4번타자 추재현에게 매 번 찬스가 걸렸다. 추재현이 한 번이라도 이를 살렸다면 이승엽 감독이 명장 평가를 받았겠지만, 추재현은 준비된 4번타자가 아니었다. 0-2로 뒤진 6회초 2사 만루 기회에서 치리노스에게 또 헛스윙 삼진을 당한 가운데 8회초 2사 1루에서 이지강을 만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데뷔 첫 4번 선발을 맡은 추재현의 기록은 4타수 무안타 3삼진. 3경기 연속 안타 행진 좌절과 함께 시즌 타율이 2할7푼3리에서 2할4푼3리로 대폭 하락했다. 괜히 4번을 맡아 자신감도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추재현 4번 카드는 철저한 실패였다.
두산은 라이벌 LG에 0-4 완패를 당하며 2연승 뒤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지난 8일 5할 승률 달성의 기쁨도 잠시 승패마진이 –4(7승 11패)까지 벌어졌고,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최하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 없는 공동 7위까지 내려앉았다.
13일 LG전마저 내준다면 3월 30일 이후 약 2주 만에 최하위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의 상황. 두산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OSEN=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