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에서 선수에게 애국심만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일본 U17 축구대표팀은 11일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의 오카즈 스포츠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호주에 2-3으로 패했다.
같은 조의 아랍에미리트가 베트남과 1-1로 비겼다. 일본, 아랍에미리트, 호주가 1승1무1패로 동률을 이뤘다. 골득실에서 가장 앞선 일본이 조 1위로 U17월드컵 진출권을 획득했다.
일본의 패배에 불구하고 화제가 된 선수가 있다. 바로 ‘가수 김정민 아들’ 다니 다이치다. 후반 33분 가바야마 대신 교체로 들어간 다이치는 후반 41분 일본의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지난 2경기서 모두 결장한 다이치는 첫 경기만에 골을 넣어 존재감을 과시했다.
경기 후 다이치는 “앞선 두 경기 결장으로 심적으로 힘들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기에 각오를 다졌다. 내가 필요하다는 걸 증명했다. 주어진 시간이 짧더라도 죽기 살기로 뛴다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본에 흐뭇한 뉴스가 한국에 씁쓸한 소식이 됐다. 다이치가 중학교시절 한국에서 뛰었던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가수 김정민 아들로 유명한 그는 중학교까지 한국에서 유스로 뛰었지만 돌연 일본축구 유학을 결정했다. 한일 이중국적자인 그는 양국 어디서도 뛸 자격이 있다.
다이치는 2024년 일본축구매체 ‘사커 다이제스트’와 인터뷰에서 일본유학 결심 이유에 대해 “일본에 가고 싶었다. 이적한다면 제일 강한 팀에서 뛰고 싶었다. 보다 높은 레벨을 요구해 중학교 3학년 J클럽 아카데미 사간 도스에서 뛰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축구에는 뼈아픈 손실이다. 향후 국가대표까지 클 수 있는 대형유망주를 라이벌 일본에 빼앗겼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축구저변도 얕고 잔디구장 등 인프라도 열악하다. 한국에서 클 경우 병역의무까지 생겨 이점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다이치의 소식이 알려진 뒤 한국팬들조차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면 당연히 일본대표를 선택하고 싶을 것”, “일본이 한국보다 선진적이다”, “한국축구협회 행정을 보면 누가 한국에서 뛰고 싶을까”라고 지적했다.
일본축구매체 ‘사커 다이제스트’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한다는 선수의 선택에 누가 불평을 할 수 있을까? 다이치의 활약에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한국언론들이 그의 활약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OSEN=서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