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한화가 삼성이라도 이겼다면? KIA 입장에서 상상도 하기 싫은 가정이었을 것이다. 시즌에 앞서 절대 1강으로 꼽힌 디펜딩챔피언은 어쩌다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일까.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2차전에서 1-5 완패를 당했다.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빈타였다. MVP 김도영, 베테랑 김선빈이 부상 이탈한 상황에서 박찬호(유격수) 이우성(좌익수) 나성범(우익수) 최형우(지명타자) 패트릭 위즈덤(1루수) 변우혁(3루수) 김규성(2루수) 김태군(포수) 박정우(중견수) 순의 라인업을 꾸린 이범호 감독. 경기에 앞서 “타격코치와 매일 어떤 타순이 좋을지 고민한다. 5점은 빼야 이기는 상황인데…”라며 고충을 털어놨는데 이날도 호랑이 기운은 발산되지 못했다.
LG 선발투수로 나선 외국인 1선발 요니 치리노스를 상대로 6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2루를 밟지 못했다. 출루는 3회초 1사 후 김태군의 좌전안타, 4회초 2사 후 나성범의 볼넷, 6회초 선두타자 김태군의 사구가 전부였다. 3회초 1사 1루에서 박정우가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고, 처음으로 선두타자가 출루한 6회초 박정우가 3구 삼진, 박찬호가 좌익수 뜬공, 이우성이 루킹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KIA는 0-4로 끌려가던 7회초 뒤늦게 첫 득점을 올렸다. 시작은 선두타자 나성범의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였다. 이어 최형우가 중견수 뜬공으로 나성범의 3루 진루를 도왔고, 2사 3루에서 등장한 변우혁이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다만 계속된 2사 2루에서 김규성이 1루수 땅볼에 그치며 추가 득점이 불발됐다. KIA의 첫 득점이자 마지막 득점이었다.
타격이 안 되면 수비라도 탄탄해야 하는데 수비도 지난해 통합 챔피언답지 않게 허술했다. 2회말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선발 아담 올러가 2사 후 급격히 흔들리면서 박동원을 중전안타, 구본혁을 사구, 박해민을 볼넷으로 연달아 내보낸 상황. 만루 위기에서 홍창기를 만나 3B-1S 불리한 카운트에서 좌전안타를 맞았는데 좌익수 이우성이 타구를 뒤로 빠트리는 실책을 범했다.
어차피 안타가 나왔기 때문에 3루주자 박동원의 득점은 어쩔 수 없었다. 2사 후라 2루주자 구본혁 또한 3루를 지나 홈을 밟았다. 문제는 그 다음 상황이었다.
이우성은 빠트린 공을 잡아 2루에 송구하며 타자주자의 2루 진루를 저지했다. 그런데 이 때 1루주자 박해민이 2루를 지나 3루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홈을 파고들었다. 2루에 있던 박찬호가 홈을 향해 송구했지만, 공이 다소 높게 향했고, 박해민이 간발의 차이로 득점을 올렸다. 실책으로 인해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주며 초반 승기를 내준 KIA였다.
선발 올러의 기복도 문제였다. 2회 3실점 이후 3회 중심타선을 상대로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을 치르더니 4회 다시 안타와 볼넷 2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홍창기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맞아 추가 실점했다. 올러는 6이닝 4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4실점(3자책) 96구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지만, 시즌 첫 패전투수가 됐다.
KIA는 이날 패배로 다시 연패 늪에 빠지며 5할 승률 승패마진이 –4로 벌어졌다. 시즌 4승 8패 9위. 만일 이날 대구에서 10위 한화 이글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꺾었다면 꼴찌라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을지도 모른다. 한화가 삼성에 패했고, KIA는 꼴찌에 0.5경기 차 앞선 9위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었다. 시즌에 앞서 절대 1강으로 꼽힌 챔피언 KIA의 봄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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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