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일을 하고 있는 김모(51)씨는 최근 코로나 예방 백신 우선 접종자로 지정되자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비만과 당뇨 등 개인질환을 앓고 있어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김씨는 "단체로 어린이집 선생님들 모두가 맞는 백신인데 안 맞았다가 코로나에라도 걸리면 나중에 어떤 비난을 받을지 겁이나기도 해 속이 탄다"며 "매년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하는 비정규직 특성상 백신을 거부했을 때 재계약 거부와 같은 불이익이 따를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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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어린이집 종사자들이 코로나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로 분류됨에 따라 일부 보육교사들이 접종 여부를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방역 당국의 조치에 따라 보육교사 스스로 백신 접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만, 만약 접종을 거부할 경우 해고나 재계약 거부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일선 보육교사들이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것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알려진 것은 ‘혈전(血栓)’이 대표적이다.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혈전이 뇌 같은 신체 주요 부위에 생길 경우 목숨을 잃는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백신을 맞은 접종자들 사이에서 혈전이 발견돼 일부 국가에서 접종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다. 독일의 경우 60대 이하 사람들에게 AZ 백신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AZ 백신을 맞은 20대 남성이 혈전이 생겨 뇌정맥동혈전증(CVST)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동안 중단했던 AZ 백신 접종을 3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12일 밝혔다.

방역 당국은 "AZ 백신을 접종했을 때 연령별 득실이 다르다"면서 "30대 이상은 예방 가능한 사망보다 혈전 발생 후 사망이 더 적을 것으로 예상돼 백신을 접종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30대 이상이 AZ 백신을 맞더라도 혈전 부작용이 없다고 정부가 보장할 순 없지만, 득실을 고려하면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봉영 한양대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 임상결과를 보면 특히 60세 이하 여성에게서 혈전 부작용이 나타났고, 인과성이 입증된 혈전 사망 사례만 200여건이 있었다"면서 "30대 이상이 안전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재개한 것이 아니라, 집단면역을 갖추기 위해 다른 백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해득실을 고려해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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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방역 당국은 보육교사들을 우선 접종자로 분류하면서도, 실제 접종 여부는 보육교사 본인의 자율적 선택에 맡겼다. 그러나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경우 다른 직업군 종사자들과는 달리 백신 접종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육교사 대부분이 비정규직 신분이라 고용주의 백신 접종 지시 같은 요구사항을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무법인 더플러스의 송해도 노무사는 "아무래도 비정규직의 보육교사 입장에선 백신 접종 자율권이 보장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5인 미만 어린이집의 경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해고하거나 재계약을 거부하더라도 근로기준법 같은 노동자 보호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고려해서라도 백신 접종 거부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세세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정부가 확보한 백신은 AZ, 화이자 등이다. 이 가운데 AZ 백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일부 의료진에 한해서만 접종되고, 나머지 대상자들에게는 AZ가 접종되고 있다. 우선 접종 대상이 된 보육교사들 역시 AZ 백신을 접종하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