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 징계 요청에
피해호소인 3인방, 박영선 캠프 요직 내려놓고도
지역구 누비며 朴 지지 유세…고민정 "눈물 주체 못해"
野 "눈물쇼" "악어의 눈물" "N차 가해" 지적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7일 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지역구인 광진구 일대 유세 중 거리에서 시민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불러 논란이 된 고 의원은 피해자의 징계 요청 직후, 지난 18일 후보 캠프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그럼에도 고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5일 이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일대를 누비며 박 후보 지지 유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요구로 고 의원과 함께 박영선 캠프에서 물러난 남인순, 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박 후보 지지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자숙을 요구하는 피해자의 요구를 묵과하는 것으로 또 다른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박원순 지우기’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고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봄비가 내리는 오후 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광진주민을 만났다"며 "조금은 쌀쌀한 날씨로 추위를 느끼던 중 한 분이 다가와 ‘응원합니다. 지치지 마세요. 우리 함께 힘내서 서울시를 꼭 지켜요’라며 안아줬는데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고 의원은 "그분도 저도 빗속에서 한참을 부둥켜 안고 있었다"며 "어느새 추위는 가시고 따뜻함과 용기, 서울시민을 지켜야겠다는 강한 의지만 남았다.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더 큰 서울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고 의원을 겨냥해 "그 눈물, 권력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흘리시라"며 직격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던진 흉언들은 그 눈물쇼로 못 지운다. 마지막 황녀 아나스타샤도 통곡했지만 전제정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고 의원은 매일 자신의 현장 유세 일정을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 27일 이마트 자양점 주변 등에서 박 후보 지지 유세를 했으며, 28일엔 자양동 자양전통시장에서 출발해 어린이대공원, 건대 양꼬치 거리·로데오거리까지 방문하는 유세일정에 나섰다. 현장 유세 후 저녁에는 유튜브 채널 '고민정TV'를 통해 라이브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고민정 의원 29일 유세일정.

고 의원 외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른 진선미·남인순 의원도 박 후보 지지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박 후보 캠프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았었으나, 피해자의 징계 요구에 사퇴했다.

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강동구 현장을 돌며 매일 구민들과 만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남 의원도 송파구 곳곳을 다니며 현장 유세를 하고 있다. 또 지난 27일에는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김병관 전 민주당 의원, 송옥주 민주당 의원과 현장 유세를 벌였고, 26일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송파병 지역위원회 격려 방문 등을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용서를 구한다"며 박 후보 캠프에서 사퇴했던 이들이 열흘도 채 되지 않아 현장을 누비며 박 후보 지지 유세를 하는 것은 "반성없는 태도"이자 "N차 가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피해호소인 3인방의 N차 가해의 끝은 어디인가"라며 "정작 피해여성에게 단 한 번의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넨 적도 없던 이들이, 서울시민 앞에 눈물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참으로 낯 뜨겁고 민망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반성의 모습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진정 죄송하다면 국민 앞에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페이스북에 "피해호소인’이니 ‘고인의 업적’이니 ‘박원순의 향기’니 하면서 아직도 반성 않고 있는 민주당이기에, 피토하며 절규하는 피해자의 아픔은 외면한 채 지지자와 얼싸안고 악어의 눈물 흘리는 고 의원이기에, 성추행으로 인한 민주당의 보궐선거 책임은 계속 강조돼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로 인해 치뤄지는 선거임에도 불구,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작년 7월 이후 8개월 간 2차 가해를 계속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2차 가해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라디오방송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진작 해방됐는데 자꾸 일제시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임종석 전 청와대 실장은 지난 23일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들의 이같은 행보는 '박원순 지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박영선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피해호소인 3인방'의 선거 운동이 대중들에게 회자될수록 ‘박영선 후보의 당선은 박원순 시즌2’라는 오세훈 후보 측의 공세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지 유세 중 시민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마천중앙시장을 돌며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