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를 가족 명의의 계좌로 받은 다음 제 주식 계좌로 대체출고(다른 사람의 증권 계좌로 주식을 보내는 것) 했습니다. 타인 명의로 공모주 청약을 하면 나중에 증여세나 양도세 등을 물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공모주 청약 열풍과 함께 올해 일반 청약 균등배정이 시행되면서 공모주 청약 수량을 늘리기 위해 부모·형제 계좌까지 동원해 청약에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다만 이럴 경우 후에 증여세 등을 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23인 한 국내 증권사 소속 세무사는 "부모·형제 명의로 공모주 청약에 나선 후 본인 계좌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금 이동이 조세포탈 목적이 아니었고, 증여나 양도가 아닌 공모주 청약 목적이었음을 분명히 밝혀야 번거로운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공모주 균등 배정이 처음 시행되면서 청약에 가족 명의 계좌를 총동원하는 일이 늘고 있다. 균등 배정이란 개인 청약 물량 중 절반을 청약을 신청한 계좌 수로 나눠 배정하는 방식으로, 계좌별로 최소 수량만 청약하면 보통 1주는 받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를 위해 미성년 자녀를 포함해 가족 계좌를 개설, 문의하는 고객이 크게 증가했다"며 "곧 공모주 중복 청약이 막히면 투자자가 가족 계좌를 더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고 싶다면 가족 명의로 공모주에 청약하는 과정에서 현금 및 주식 이동 기록을 정확히 남겨놓는 게 좋다.
만약 가족 명의 계좌로 청약 증거금을 이체하고서 청약에 참여했다면, 청약 받은 공모주가 들어온 날 즉시 공모주와 남은 증거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이때 주식·현금 입출입 메모에 ‘공모주 청약’ 등 그 사유를 기록하면 이후에 소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유리하다.
공모주는 실제 소유자에게 회수됐는데 남은 증거금은 가족 명의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다거나, 다른 가족에게 이체됐다면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사전에 청약 증거금에 대한 이체 없이 가족 명의로 청약한 공모주를 대체출고 받은 경우는 주식 증여나 장외 양도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청약 과정에서 꼭 본인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부모 명의 계좌로 공모주를 청약해 주식 10주를 받았고, 이 주식을 아들에게 보냈는데, 부모 계좌에 아들이 사전에 이체한 돈이 없었다면 문제가 된다. 부모 계좌에 들어 있는 10주를 무상으로 아들에게 주게 되면 증여를 받은 게 돼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또는 아들이 공모주를 받은 후 부모에게 주식 값을 지불하면 장외 양도가 돼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를 신고해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왜 현금이 이동했는지 소명해야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라며 "실제 소유주 계좌에서 증거금이 빠져나갔는지, 공모주 청약 후 공모주와 남은 증거금이 회수됐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되도록 가족 돈을 빌려 본인 명으로 공모하는 게 깔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