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상하이·선전 등 주요 도시 부동산 거래 직접 감찰
"中 주요 대도시 부동산 가격, 연간 소득의 40배 넘겨"
기업의 사업용 토지 매입도 제동…구조조정 빨라진다
중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가 주요 도시의 부동산 거래에 직접 개입하는 초강력 규제를 시행하며 억제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앞서 일본, 미국 등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인한 경제 위기 사례를 지켜보며 부동산 시장 과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수년전부터 다양한 규제를 시행해왔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도 시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위기감을 느끼고 더욱 강력한 개입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1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억제를 위해 전면적인 부동산 투기조사를 비롯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도입뿐만 아니라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 주요 지역에서 이뤄지는 부동산 거래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방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직접 압력을 행사해 입찰자와 가격을 직접 정부가 조정하는 방식 등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 2010년부터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과열을 의식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번 조치처럼 적극적인 개입은 이례적이다. 1990년대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온 중국 부동산 가격은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연평균 소득의 9.3배를 기록해 미국 샌프란시스코(8.4배)를 한참 앞질렀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도 부동산 시장 상승을 막지 못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주택 가격은 8.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주택 가격은 33개월 연속으로 상승해 1991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오름세를 탔다. 중국 주요 70개 도시 신축주택 가격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3.8% 상승했다.
중국 부동산 버블에 대한 위기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와 양 유안첸 중국 칭화대 교수는 `정점에 달한 중국 부동산 시장 2020`이라는 제목의 공동연구 논문을 작년 8월 발표했다. 이들은 30년 이상 지속된 부동산 호황으로 베이징, 상하이, 선전의 주택가격이 주민 평균 연간 소득의 40배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소득대비 집값 비율로만 보면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보다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관련 투자가 GDP의 30%에 육박하고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60%를 넘어서, 일본의 버블기보다 더 위험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구 증가가 정체되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결국 주택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연내 상환해야할 해외 부채는 모두 535억 달러(약 60조6000억원)로, 전년보다 두 배 늘기도 했다. WSJ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청두 등 대도시의 임대 수익률은 2% 미만으로 국채를 사는 것보다 더 낮은 데도 중국인들은 계속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2009년 리먼쇼크와 미국 주택시장 붕괴 과정을 연구해 버블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동산버블이 붕괴할 경우, 중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중앙정부가 직접 주요 도시에 직접 개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억제가 중국 기업 경제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이프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기업등급책임자는 WSJ와 인터뷰에서 "기존에 쉽게 국책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에 대해 중국 정부가 선별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들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에서 우후죽순 사업을 키워온 기업들의 팽창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WSJ는 UBS 투자은행의 리포트를 인용해 "단기적으로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규제는 일부 기업들의 퇴출이나 큰 기업들과의 인수합병 등 이미 진행중인 중국 내 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