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못 가는 대신, 수천만원대 소파 산다"
집 꾸미기 관심에 백화점 가구 매출 30~50% ↑
재택근무족의 로망 'USM 수납장'도 인기

젊은 리빙족에게 인기를 끄는 스위스 모듈 가구 USM.

직장인 이상윤(38)씨는 지난달 300여만원을 주고 스위스 가구 USM의 수납장을 샀다. 이 씨는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우연히 본 캐비닛이 방에 어울릴 것 같아 구매했다"며 "가격이 비싸 고민했지만, 생활의 질을 높이는 비용이라 생각해 구매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감염증 유행으로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명품 가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명품 가방을 사듯 고가의 가구를 들이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2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매출은 전년 대비 45% 신장했다. 올해 1~2월에도 76%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도 1~2월 리빙 상품군 매출이 30% 늘었고, 현대백화점도 1월 리빙 상품군의 매출이 50%가량 증가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에서 가구는 구색 맞추기용이었지만, 이젠 명품과 함께 유일하게 성장하는 효자 상품군이 됐다. 백화점의 가구 매출이 오른 이유는 평균 객단가가 오르면서다. 이초록 신세계백화점 가구 바이어는 "예전엔 고가 소파라고 해도 500만~1000만원 선이었는데, 이제는 1000만~3000만원을 투자해 소파를 산다"며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등을 떠나지 못하게 되면서 집 꾸미는 비용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억원대 해스텐스 침대.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서 이태리 명품 가구 폴트로나프라우를 국내 단독 판매 중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가구로 이태리 의회,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을 비롯해 페라리, 마세라티 등의 고급 자동차 내부 공간을 장식했다. 소파 세트가 6837만원, 암체어 863만원, 스툴(stool·등받이 없는 의자)이 300만원으로 비싸지만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다. 독일 가구 에드라, 이태리 가구 놀(knoll)도 단독 판매 브랜드로 인기를 끈다.

영국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히프노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장 비싼 제품은 스웨덴 왕실에 납품하는 해스텐스 침대로 최고가 제품이 1억원이다. 1억원짜리 침대는 아직 팔리지 않았지만, 5000만원대 침대는 꾸준히 판매된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조인영 신세계백화점 라이프스타일 담당 상무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집콕(집에만 있는 것) 트렌드의 영향으로 나만의 공간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있는 영국 라이프스타일 매장 콘란샵은 가구 마니아들의 성지다. 1000평 규모 매장에 스위스 명품 가구 비트라, 핀란드 가구 아르텍, 덴마크 가구 칼 한센 등을 판매 중인데, 리빙족은 물론 자신을 표현하길 즐기는 SNS족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이 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몰리나리 소파로 가격이 1710만원. 얼마 전엔 한 홈 스타일링 유튜버가 방문해 에로 사리넨의 튤립 테이블과 의자 5000만원어치를 사 갔다.

콘란샵의 스테디셀러 몰리나리 소파.

콘랍샵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해 다양한 타깃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6월 문을 여는 동탄점에도 콘란샵 2호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에 영국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인 티모시 울튼을 단독으로 판매한다. 대표 상품은 노블소울 소파(2000만원대), 유니언잭 소파(800만원대), 아이스버그 다이닝테이블(800만원대), 렉스 미러(1000만원대) 등이 있다.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개장하는 더현대서울 4층에도 '라이프 앤드 밸런스'라는 이름으로 리빙관을 비중 있게 구성했다.

김정희 현대백화점 리빙사업부장은 "코로나로 전문적인 리빙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도 크게 늘고 있다"며 "리빙 상품군을 백화점 핵심 기획상품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원에서 2023년에는 18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