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소송전 3번, 전부 김앤장 승리 항소심 정보보안 관련 전문가 투입 전망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인 BBQ와 bhc의 법정 싸움은 법무법인 화우와 김앤장이라는 두 대형로펌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라는 점에서 산업계 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치킨전쟁’으로도 불리는 양측의 소송전은 3번이나 치러졌는데, 매번 동일한 로펌을 선택해 치열한 법리싸움을 펼쳐왔다. 그 결과 bhc를 대리한 김앤장은 3전3승이었고, BBQ측을 대리한 화우는 필패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정보 유출, 단정할 증거 부족...1R 승소한 김앤장, bhc에 290억원 안겨줘 1라운드는 bhc가 BBQ의 물류용역 및 상품공급 계약 파기가 부당하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사건은 BBQ가 bhc측과의 물류용역 및 상품공급 계약을 2017년에 파기하면서 불거졌다. bhc측에 신메뉴 개발정보 등 영업비밀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당초 BBQ는 과거 자회사였던 bhc를 2013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bhc와 최단 10년, 최장 15년동안의 상품공급계약을 맺었다. bhc가 BBQ에 치킨소스와 식재료 등을 최단 10년에서 최장 15년동안 공급하고, BBQ는 bhc의 영업이익률이 연 19.6% 유지되도록 상품대금을 조정하기로 했다.
또 같은 계약 기간동안 bhc가 BBQ의 가맹사업자들에게 치킨소스 등을 운송하되 bhc의 영업이익률이 15.7%로 유지되도록 물류용역대금을 조정하는 물류용역계약도 맺었다.
그러나 2017년 계약을 파기당한 bhc는 2018년 2월 "10년 동안 소스 등을 공급받기로 계약해놓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BBQ를 상대로 536억원의 상품공급대금 등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소송건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임기환 부장판사)에서 결론이 났다. 재판부는 "BBQ는 bhc에 290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관건은 bhc 임직원들이 실제로 BBQ 내부 정보를 부정취득했는지 여부였다. BBQ 소송을 대리한 화우는 bhc 측이 신뢰관계를 파괴했다며 총 7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 중 5개가 '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및 경영상 정보 침해행위' 등 내부 정보 부정취득 관련이었다.
구체적으로는 △bhc 임직원들의 정보통신망 침해행위 △bhc 직원의 해외사업부 관련 경영상 정보 침해행위 △bhc 직원의 영문규격서 관련 경영상 정보 침해행위 △bhc 직원의 개발완료보고서 관련 경영상 정보 침해행위 △신메뉴 출시, 매출, 광고 등 경영상 정보 침해행위를 내세웠다. 나머지 2개는 △래핑(배송차량에 브랜드 로고 도색)광고 일방적 변경 △재무현황자료 제공 및 상품가격 조정의무 위반이었다.
화우는 "bhc의 임직원들이 BBQ 직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을 이용해 BBQ의 내부 전산망인 경영관리시스템과 회계·인사·구매 관리시스템에 총 274회 접속했다"고 주장했다.
또 "BBQ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퇴사하면서 개인 외장하드에 업무관련 파일을 반납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bhc에 입사했다"며 "이후 이 정보를 bhc 임직원들에게 전송하는 등 경영상 정보를 부정하게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bhc 측을 대리한 김앤장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화우측이 제시한 이유들은 상품공급계약을 해지할 사유가 되지 않고, 이에 따라 계약해지 통보는 부적법하다고 했다. 앞서 BBQ 측이 bhc 직원 30여명을 내부정보 취득과 관련해 부정경쟁위반방지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는데, 이를 내세우며 BBQ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재판부는 bhc 임직원들이 BBQ 내부전산망에 접속한 사실은 인정되나 정보 무단 도용은 증거 부족으로 bhc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hc 임직원들이 BBQ 직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을 이용해 BBQ의 내부 전산망에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를 통해 경영상 정보를 무단으로 가져갔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접속사실만을 근거로 bhc가 부당한 행위를 했다거나 두 회사 사이의 신뢰관계가 파괴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BBQ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bhc가 피고와의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부당한 행위를 했다거나 이로써 이 사건 상품공급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BBQ의 2017년 10월30일자 해지통보는 그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했다.
◇회심의 BBQ, 수십억원대 손해배상 청구했지만…'모두 기각' 2라운드는 BBQ가 bhc를 상대로 71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면서 시작됐다.
BBQ는 지난 2013년 bhc 매각 과정에서 bhc의 박현종 회장이 가맹점포 수를 부풀렸고, 이로 인해 미 사모펀드 CVCI의 국제상업회의소(ICC) 제소로 96억원을 배상하게 한 책임이 bhc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ICC 재판에서 가맹점포 수는 박 회장이 아닌 김병훈 당시 bhc 대표가 확인한 것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7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ICC 재판 당시 증언 등을 근거로 "bhc가 가맹점포수 산정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판단했다.
3라운드는 BBQ가 2018년부터 경기도 이천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테마파크 ‘꼬꼬랜드’ 공사를 둘러싼 소송으로 촉발됐다. BBQ는 2018년 12월 꼬꼬랜드 공사가 bhc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며 19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BBQ는 bhc가 토지 인도의무 및 건물 철거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BBQ 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지체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6부(이정석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BBQ가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한 개발행위허가나 토지형질변경 허가를 밟지 않는 등 별도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 1심과 같이 패소 판결했다.
◇내부정보 이용, 항소심 진행중...승패 뒤집힐지 '주목' 앞서 1라운드에서 bhc 임직원들이 BBQ의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점이 쟁점이었던 만큼, 김앤장과 화우는 지식재산권 및 정보보안 소송 관련 경험있는 변호인들을 대거 투입했다.
김앤장에서는 윤병철(사법연수원 16기), 이상윤(사법연수원 20기), 하상혁(사법연수원 26기), 장현주(사법연수원 36기), 조은엽(4회 변호사시험), 서동욱(8회 변호사시험) 변호사 등 6명이 나섰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 변호사는 1990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과 서울 형사지방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한 후 1992년 김·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해 대규모 합작분쟁, 적대적 기업인수 관련 소송 업무를 수행했다.
이 변호사는 개인정보 및 지식재산권 소송 등과 관련한 소송을 주로 맡고 있고, 하 변호사는 M&A 및 경영권방어 소송, 영업비밀·기업정보 보호와 관련한 소송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1라운드를 승리로 이끌었던 만큼, 김앤장은 인원 교체없이 항소심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부 정보 부정취득과 관련해 공세를 펼친 화우와의 2차전에서 어떤 전략을 갖고 방어에 나설지 관심사다.
화우에서도 1라운드에 정보보안 관련해 경험있는 변호사들이 다수 투입됐다. 화우는 항소심에서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는 졌지만, bhc 임직원들의 BBQ 내부 정보 취득 부분은 재판에서도 인정된 만큼 이와 관련해 인원을 보강하거나 보다 정교한 논거로 항소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bhc가 BBQ와의 계약상 협의의무를 위반한 기존 7개의 주장 외에 다른 사례를 찾아 준비할 것으로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