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11일 표지 디자인을 바꾼 새 여권을 공개하고 발급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대만의 새 여권은 중국 색깔을 지우고 대만의 정체성을 강조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새 여권에선 대만의 영문명인 ‘TAIWAN’ 글자가 대폭 커졌다. 기존 여권의 윗부분엔 대만의 국명인 중화민국의 한자 표기 ‘中華民國’ 아래 공식 영문명 ‘REPUBLIC OF CHINA’가 크게 적혀 있었다. 새 여권에선 ‘REPUBLIC OF CHINA’를 원래 자리에서 빼버리고 국장(엠블럼) 둘레에 작은 글씨로 넣었다. 대만 여권에서 중국을 뜻하는 ‘CHINA’란 글자가 잘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의도다.

대만의 기존 여권(왼쪽)과 새 여권(오른쪽).

대만 외교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권 디자인 변경 이유로 "표지에 ‘TAIWAN(대만)’을 더 눈에 띄게 만들어 대만인이 해외 여행 때 중국에서 왔다는 오해를 받지 않게 했다"고 했다.

대만과 중국의 국명은 외국인 입장에선 즉각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편이다. 대만의 국호는 중화민국(中華民國·REPUBLIC OF CHINA), 중국의 국호는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People’s Republic of China)이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장관이 11일 대만의 새 여권 견본을 들고 소개하고 있다.

대만의 여권 디자인 변경은 2019년 말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이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일부 대만인이 외국에서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아 입국을 거부당하곤 했다는 게 대만 정부의 설명이다.

대만 입법원은 지난해 7월 여권과 대만 국적 항공사 중화항공(China Airlines) 표기에서 중국 대신 대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수정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그해 9월 대만 행정원이 새 여권 디자인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