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최고과학보좌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은 지난 10월 국가안보전략위원회의에서 백신 개발에 보통 10년이 걸리며, 5년 안에 개발된 적은 없다고 단언했다.

영국의 첫 코로나 백신 접종자인 마거릿 키넌(90)이 코벤트리 대학병원에서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1년도 안돼서 백신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개발비 지원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백신 전문가들을 통해 초고속 개발 및 승인이 가능한 이유를 조사했고, 그 결과 각국 정부가 백신 개발에 쏟아부은 막대한 공공 재원과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과 같은 민간 영역에서 유입된 상당한 규모의 기부금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 덕분에 제약업체들은 자금 문제 우려를 제쳐두고 신속하게 백신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상황이 긴박한데다, 백신 예비 수요가 높은 점도 백신 개발 속도가 빨랐던 이유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스티븐 에번스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정부의 백신 선(先)구매 조치가 개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백신 접종을 하도록 유인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기존 백신의 임상 시험이 순차적으로 진행된 반면,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중복으로 진행된 것도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작업이 효율화된 것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백신 개발에 도움을 주려는 임상 시험 참가자들을 모집할 수 있게된 것도 백신 개발 기간 단축에 한 몫 했다.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개발에 참여한 브리스톨대의 아담 핀 교수는 "(임상 시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데 통상 몇 주, 몇 개월이 걸리는데, 이번에는 하룻밤 사이에 모집됐다"고 말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 심사 기관의 사전 검토 작업인 '롤링 리뷰'(rolling review)를 거친 점도 백신 심사가 빠르게 이뤄진 배경으로 꼽혔다.

롤링 리뷰는 임상시험 자료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망한 의약품이나 백신 승인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우선 제출된 자료를 살펴보는 것이다.

에번스 교수는 “제약업체들은 승인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과 승인되지 않았을 경우의 위험성을 고려해 실험 데이터가 모두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면서 롤링 리뷰 방식이 이번에 새롭게 시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