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상장 이튿날 '기업가치 6조원' 아사나 데뷔
전통적 IPO 대신 직상장 선택…"시장 재편할지 관심"
"매출 급성장할 것" vs "수익성 부족" 신중론도 솔솔

미국 빅데이터 분석업체이자 '유니콘' 스타트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가 29일(현지 시각)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미국 빅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Palantir) 테크놀로지와 협업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아사나(Asana)가 뉴욕증시 상장을 앞둔 가운데, 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의 등장이 IPO(기업공개) 시장을 어떻게 재편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대어급 기술주 두곳이 투자은행(IB)을 통한 기존 IPO 방식 대신 직상장을 선택한 만큼, 이들의 증시 데뷔 성적은 향후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팔란티어의 시가총액이 220억달러(약 25조7000억원)를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 피터 틸이 세운 빅데이터 분석업체로 '미국에서 가장 은밀하고 비싼 회사'로 회자됐다. 월가 주요 은행들은 팔란티어의 주가가 주당 10달러 수준에서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팔란티어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급증하고, 올해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4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매출 성장률도 30%에 이를 것이라며 향후 주가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시장가치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로 평가받는 업무관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 스타트업 아사나는 이튿날인 30일 상장한다. 아사나 역시 증권사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팔아 초기 가격을 형성하는 직상장을 시도하고 있다.

CNN비즈니스는 시장이 이들 두 기업의 직상장 과정 전반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직상장 방식이 IPO의 대안으로 시장 내 존재감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직상장이 기존 IPO 방식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기존 주주가 유통시장에서 보유 주식을 처분해 일반 투자자가 매입 및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직상장 방식을 택할 경우 주관사가 관여하지 않아 상장업체가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주주들은 주식 시장에 주식을 팔고 이를 현금화할 수 있게 된다.

투자은행 르네상스 캐피탈의 한 애널리스트는 "팔란티어와 아사나의 실적은 직상장에 대한 시장의 관점을 더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성숙한 스타트업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기존 특수목적법인과의 합병이나 올해 초 스노우플레이크처럼 표준 IPO 방식으로 성급하게 상장한 수많은 회사들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WSJ도 "두 곳의 유니콘이 다소 파격적인 방식으로 공개될 예정"이라며 "그들이 만약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무리한다면, 향후 월스트리트에 진출하려는 민간 기업들에게 획기적인 대안과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의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지난해 7억4000만 달러(약 879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지만, 5억 8000만 달러(약 6880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연간 기준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팔란티어의 경쟁사 중에서도 뉴욕 증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의 새로운 태양으로 떠오른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타일러 테크놀로지(Tyler Technologies)는 실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팔란티어의 수익성 부족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전문매체 CNBC '매드머니'의 진행자 짐 크레머도 "팔란티어가 탄탄한 재정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공격적인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여전히 많다"며 "이번 팔란티어 상장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지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