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소수자들의 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올해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치러지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퀴어축제는 지난 18일부터 온라인 공간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퀴어축제는 매년 초여름쯤 열렸는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두 차례 서울광장 사용이 반려돼 연기된 끝에 온라인에서 개최된 것이다.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퀴어축제가 온라인에서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조직위는 퀴어축제의 일부인 ‘한국퀴어영화제’ 일정을 안내하며 "각종 미디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시각으로 혐오를 선동하는 올해, 성소수자의 성소수자에 의한 성소수자를 위한 축제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온라인 축제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퀴어축제는 크게 세 가지 행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퀴어를 주제로 한 영화를 소개하는 ‘한국퀴어영화제’ ▲축제 참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서울퀴어퍼레이드’ ▲성소수자 부모가 참여하는 토크쇼 ‘무지개 길잡이’ 등이다. 코로나 시대에 맞춰 무지개 마스크 등 각종 ‘굿즈(상품)’도 제작됐다.
퀴어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퍼레이드는 실시간 방송으로 참여자 사진을 공유하며 댓글로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원래는 성소수자들이 자기 정체성을 자신있게 드러내자는 취지로 다양한 차림으로 거리에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고 행진했던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에는 한 뉴미디어 스타트업의 주도로 퀴어퍼레이드가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서 열리기도 했다. 당시 참가자들은 관련 웹사이트에 접속, 자신의 별명과 기분에 맞춰 머리스타일과 옷, 탈 것, 아이템 등을 선택해 캐릭터 설정했다. 이후 캐릭터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는데, 정사각형 이미지들이 모여 거대한 행진 행렬을 연출했다.
매년 서울시청 광장에서 퀴어축제 근처에서 열렸던 맞불집회 등의 움직임도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맞불집회는 지난 2018년 반동성애 집회 관계자 8명이 몸싸움을 벌여 경찰에 입건됐을 정도로 매년 퀴어축제와 충돌했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퀴어축제가 시작된 지난 18일 축제의 온라인 개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결국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며 기독교와 엮어 퀴어축제를 비판했다. 또다른 이용자는 "퀴어축제를 축하한다는 블로그 글을 올렸다가 공개처형 운운하는 댓글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20일 올렸다.
퀴어축제 개최 이전엔 축제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온라인에서 유포되기도 했다. 온라인 카페 등을 중심으로 "서울시가 서울광장 이용을 허가해줬다", "성소수자들이 서울 광장에 모여 축제를 연다", "코로나 시국에 다른 집회는 막으면서 퀴어축제만 허가해준 게 말이 되느냐" 등의 글이 떠돈 것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12일간 열리는 퀴어축제를 취소해달라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와 23만5016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에 청와대는 "주최 측이 코로나 상황에 따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입장을 지난 18일 밝혔다.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 있다. 올해 퀴어축제가 온라인으로 함께 방송을 보고 댓글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보니, 반대하는 이들이 ‘댓글테러’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퀴어축제 유튜브 계정에서는 지난 18일부터 진행된 생방송 프로그램 영상이 비공개 조치됐고, 다른 관련 영상들의 댓글창은 닫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