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7월 중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후 40일이 지났다. 정 회장은 7월 13~14일 무렵 대장게실염 수술을 위해 입원했다. 통상 대장게실염이 수술 후 회복까지 2주 안팎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입원이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하에서 주요 의사결정이 원활하게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11월 정몽구 현대차 회장(왼쪽에서 첫 번째)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외손녀 선아영씨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 회장의 첫째 딸이자 선아영씨의 어머니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가운데는 정 회장의 첫째 사위 선두훈 코렌텍 대표 겸 대전선병원 이사장.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5일 현재 서울아산병원에 계속 입원 중이다. 정 회장은 7월 중순 대장게실염 수술을 위해 입원했다. 대장게실염은 대장벽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생긴 주머니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입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정 회장이 위독하다는 소문이 돌자 현대차에서 급히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는 당시 "위독한 상황은 아니며 대장 염증 치료를 받고 곧 퇴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40일 넘게 입원을 하게 된 경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1938년생인 정 회장의 연령(83세)를 고려해도 대장게실염 치료는 2주 안팎이면 끝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심각한 중증 질환을 앓고 있지 않다는 기류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7월 말 "건강 검진 등을 위해서 병원 체류 기간이 좀 더 길어지게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환에 의한 것이란 의미다.

정 회장의 간병에는 현대가(家) 사람들이 직접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매번 문병을 오고, 평일에도 자주 아산병원을 찾곤 한다. 정 회장의 사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정 회장의 차녀인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부문장과 함께 자주 문병을 오고 있다.

정 회장은 1938년생으로 올해 83세다. 2016년 12월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올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21년간 맡고 있던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주기도 했다.

현대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무리없이 운영되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신차 출시, 지분 투자 및 합작 법인 출범 등 주요 의사 결정이 매끄럽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 앱티브와 합작해 세운 자율주행 기술개발 회사 모셔널이 출범하고,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장웅준 자율주행사업부장이 선임된 것이 대표적이다. 수석부회장에 취임한 지 2년째를 맞은 ‘정의선 체제’가 안착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