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등 정책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금융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일 이 같은 내용의 ‘금리인하가 은행 수익성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근 정책금리 인하로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악화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연구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저금리 시대’ 지속으로 금융시스템의 중추를 담당하는 은행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금융불안,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예금은행 수익성과 정책금리 간의 관계.

보고서를 작성한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금리인하가 은행 수익성을 반드시 악화시키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전적 화폐이론에 따르면 정책금리가 인하되면 초단기 금융상품인 예금의 금리는 즉시 하락하지만 만기가 보다 긴 대출의 금리는 단기적으로 변동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 위원은 또 "장기적으로 봐도 은행은 예금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금금리를 정책금리보다 일정 비율만큼 낮게 책정할 수 있다"면서 "예금금리가 정책금리 변동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은 전체 대출 중 단기 금리변동과 무관한 장기대출의 비중을 높일 수 있어 정책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폭도 작다"고 설명했다. 정책금리가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순이자마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담긴 실증분석 결과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증분석에 따르면 정책금리와 사실상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 콜금리가 1%포인트(p) 변동할 때 예금금리는 0.53%p 변동하고 대출금리는 0.58%p 변동함으로써 순이자마진의 변동은 소폭(0.05%p)에 그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할 때 은행 수익성 악화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을 제약요인으로 고려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황 연구위원은 제안했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은행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금융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다만, 황 위원은 "이번 연구 보고서는 정책금리가 제로(0) 이상인 상황만을 가정했기 때문에 마이너스(-)금리 상황에 대해서는 적용이 어렵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은행업의 예금기능과 대출기능을 전면 분리하는 것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예금과 대출 업무를 분리할 경우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금과 대출 업무를 포괄하는 경우 은행은 예금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 금리변동에도 장기대출을 공급할 수 있지만, 대출은행이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한계가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