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분이라도 에어컨 바람 나오는 캠핑카에서 보내니 살 것 같다."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캠핑카를 활용해 운영 중인 ‘이동형 무더위 쉼터’에서 만난 안모(73)씨가 이렇게 말했다. 안씨는 "매년 여름마다 더위를 식혔던 경로당이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으면서 막막했던 참"이라며 "이동식 쉼터가 생겨 하루 30분이라도 더위를 식힐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주민들이 캠핑카를 활용한 ‘이동형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이색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무더위 쉼터는 각 지자체가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 공용시설에 에어컨을 설치해 주민들이 편하게 찾아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올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매년 여름마다 운영돼 온 기존 무더위 쉼터는 대부분 운영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은 상태다. 대신 캠핑카나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호텔 등 숙박시설을 활용해 출입객 수를 관리하는 새로운 무더위 쉼터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서초구는 캠핑카를 활용한 이동형 무더위 쉼터를 만들었다. 지난 1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 쉼터는 잠원동 나루마을, 방배동 전원마을, 우면동 접시꽃 마을, 내곡동 주민센터 인근 등 폭염에 취약한 지역 4곳을 중심으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캠핑카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온 측정을 하고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 또 거리두기를 위해 한번에 3명 이하로 출입 인원이 제한된다.

서초구 관계자는 "기존 무더위 쉼터의 대안을 생각하다가 코로나 초기 격리 공간을 논의 중 나왔던 캠핑카가 생각났다"며 "이동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시범 운영 이후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호텔을 빌려 무더위 쉼터를 만든 곳도 있다. 금천구는 지역 내 스타즈 호텔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8일부터 ‘안전 숙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가정 내 에어컨이 없는 독거 노인 등 폭염 취약 계층이 이곳에서 묵게 된다. 이른바 ‘호캉스(호텔+바캉스)’에 가까운 것이다. 안전 숙소는 하루 최소 50실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노원구도 ‘호텔 쉼터’를 마련했다. 노원구는 지역 내 노블레스 관광호텔과 서울과학기술대 기숙사를 각 50실 빌려 폭염특보가 집중되는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야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할 계획이다. 하루 최대 150명이 이용할 수 있으며, 만 65세 이상 독거 노인과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주요 이용 대상이다. 노원구는 신청자가 정원을 넘어서면 구청 2층 대강당에 1인용 텐트 20개를 설치하고 추가로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천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기존 무더위 쉼터 운영이 어려워 지면서 대안을 찾다가 호텔과 협약을 맺게 됐다"며 "구에서 최초로 운영되는 호텔 쉼터로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차량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양천구는 실내 공간 마련이 어렵자 야외로 눈을 돌렸다. 오는 13일부터 지역 내 공원과 나무그늘, 정자 등에 현장 상황에 맞게 차광막, 몽골텐트 등을 선택적으로 설치해 주민들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야외 무더위 쉼터’를 마련한 것이다. 야외 무더위 쉼터에서는 생수와 얼음팩 등이 제공되기도 한다.

성동구는 ‘찾아가는 무더위 쉼터’를 마련했다. 지난 달 16일부터 옥탑이나 반지하 등 폭염에 취약한 주거 환경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500가구에 SOS돌봄매니저 등이 직접 찾아가 냉방 물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사용 가능한 이동형 에어컨, 쿨매트, 인견 내의 등이 전달됐다.

오는 20일부터 복지관 등 사회복지이용시설이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하면서 기존 형태로 운영되던 무더위 쉼터도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날 "지난 2월부터 휴관 중인 복지관 등 사회복지이용시설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침에 따라 20일부터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한다"며 "종합사회복지관, 노인종합복지관 등 7개 유형시설 553개소가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 운영을 재개하는 복지관에 무더위 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했다"며 "1층에 있고 규모가 300㎡ 이상 되는 경로당 61곳에서도 무더위 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