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재배면적 감소하고, 쌀 수확량도 줄어
다양한 기능, 용도에 따라 쌀 골라 쓸 수 있어
외식이 많아지고, 밥 위주에서 식사에서 빵·피자·햄버거 등으로 트렌드가 변하면서 한국의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또 비싸도 맛있는 쌀을 찾으려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쌀 소비도 고급화하고 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농림어업 통계정보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쌀 소비량은 2009년 74kg에서 2018년 61kg으로 감소했다. 2012년 70kg 이하로 떨어진 이후 매년 1kg안팎으로 쌀소비량이 감소한 것. 전문가들은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쌀 소비량이 50kg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논 경지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2009년 101만헥타아르(ha)였던 논 경지면적은 2018년 84만ha로 무려 17만ha가 축소됐다.
하지만 쌀 수요가 감소하면서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하기 위한 개발된 우수 쌀 품종 수는 많아졌다. 국내 기술로 육성된 최고품질 쌀품종은 ‘삼광’, ‘운광’, ‘고품’, ‘호품’, ‘하이아미’, ‘해담쌀’, ‘청품’ 등 15품종으로 일종의 맞춤형 쌀이다.
밥으로 이용되는 ‘고품’, ‘삼광’, ‘호품’은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 등보다 밥맛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술·국수·빵 등을 만들기에 좋은 가공용 쌀 품종도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설갱’은 부드럽고 잘 으깨져 누룩균이 잘 달라붙고 번식도 왕성해 맛과 향기가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품종이다. 이미 경기도 한 대형 주류업체는 농가와 계약재배를 체결, 8종의 술을 만들 때 ‘설갱’을 사용한다.
‘고아미’는 면을 만들어도 탄력이 좋아 쌀국수용으로 좋다. 충남의 한 쌀 가공업체는 ‘고아미’를 이용해 쌀 함량 90%의 국수와 50%인 설렁탕 사리면을 개발해 월 100톤(t)쯤의 쌀국수를 생산하고 있다.
‘새미면’쌀은 파스타 전용 품종이다. 파스타 제조기술을 이전받은 경남의 한 기업이 새미면으로 쌀파스타, 현미파스타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쌀의 수요를 늘리기 위해 산업체와 함께 글루텐이 들어가지 않았거나 적게 들어간 빵이나 아이스크림, 피자, 소시지 등 고부가가치 쌀 가공식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강에 이로운 기능성 쌀도 주목받고 있다. ‘조생흑찰’은 위염균 독소 단백질 발현을 억제해 위염 치료와 예방에 효과적이다. ‘홍국쌀’은 상주찰벼에 붉은 누룩곰팡이인 홍국균을 접종해 발효한 쌀로 주요 기능 성분인 모나콜린K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 함량을 높이고 해로운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준다.
‘눈큰흑찰 1호’는 배아인 쌀눈이 다른 쌀보다 큰 것이 특징이다. 쌀눈에는 뇌 혈류개선과 뇌세포 대사기능을 촉진하는 가바(GABA) 성분이 다량 들어 있다. ‘건양2호’는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노약자나 단백질 섭취가 제한되는 신장병 환자의 식이요법용으로 적합하다. ‘적진주찰’은 항암, 항균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요리사들도 최근 개발된 한국 쌀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강레오씨를 비롯해 요리 전문가 12명으로 평가단을 구성해 요리별로 가장 맛있는 밥맛을 내는 쌀 품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 품종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평가는 밥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예찬’·’영호진미’·’삼광’·’신동진’ 등 국내에서 개발한 4개 품종과 ‘추청’·’고시히카리’ 등 2종의 일본 품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가항목은 ▲밥 모양(색깔 및 윤기) ▲밥 냄새 ▲찰기 ▲질감 ▲밥맛 등 5개 항목이다.
초밥용으로는 예찬이 그 동안 인기를 끈 일본쌀 ‘고시히카리’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예찬은 초밥을 만들 때 밥알에 탄력이 있고, 밥알 크기와 찰기가 적당해 밥알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생선회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맛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돌솥밥용으로는 영호진미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호진미는 밥을 했을 때 윤기가 많고, 밥알이 제 모양을 유지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또 밥 고유의 구수한 향과 단맛이 우수하고, 식어도 밥이 찰지고 부드러운 질감이 유지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점호 농진청 작물육종과 과장은 "밥 요리별로 적합한 쌀 품종을 분류하고, 소비용도별 쌀 품종을 추천함으로써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볶음밥·비빔밥·도시락·김밥 등 요리별로 적합한 쌀 품종을 분류하고 소비자에게 알려, 밥의 소비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