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스마트폰 부품·소재도 일부 영향
일본의 수출 규제 본격화로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2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1120개 품목에 사실상 수출 규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일단 관련 부품·소재 재고 확보에 집중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보다는 국산화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진 않겠지만,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스마트폰 관련 부품·소재 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황 예의 주시… "재고 확보 요청"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005930)의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의 부품 국산화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독자 개발에 성공했고,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카메라 모듈 등은 삼성전기를 통해 조달받는다.
국내 협력사를 중심으로 한 ‘갤럭시 생태계’도 마련된 상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의 모임인 협성회는 190개로 이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 부품 업체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품·소재 조달 방식은 기업 전략, 고객사 등이 얽혀 있는 문제라 정보 노출을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며 "재고를 파악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LG전자(066570)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LG전자의 경우 MLCC 같은 부품을 그룹사를 통해 조달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 의존도가 더 높다. LG전자는 규제 상황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거래업체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말 일본에 있는 협력사 전체를 대상으로 재고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고, 향후에도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했다"며 "국내 협력 업체 가운데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들여와 LG전자에 공급하는 회사들에도 동일한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레진 등 일부 부품·소재 조달 차질 우려
문제는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일부 스마트폰 관련 부품·소재다. 업계는 이들 부품과 소재의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대표적인 소재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 사용되는 특수 레진(Resin)이다. 특수 레진은 스마트폰 카메라용 플라스틱 렌즈 제작에 쓰이는 원재료로, 일본 소재 기업 ‘제온(ZEON)’ 의존도가 높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스마트폰·태블릿 PC의 회로기판 칩 고착제로 사용되는 BT(Bismaleimide Triazine) 레진 생산에 차질이 발생, 국내 스마트폰 업체가 타격을 받은 사례도 있다.
스마트폰 무선통신에 사용되는 라디오 주파수(RF) 부품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표면탄성파를 이용해 특정 주파수만 걸러내는 소우 필터(SAW Filter), 안테나 뒤에 위치해 송신 신호와 수신 신호를 분리해 주는 듀플렉서(Duplexer), 증폭 장치 역할을 하는 파워 앰플리파이어(Power Amplifier) 등이 대표적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RF 부품의 경우 일본 무라타(Murata), TDK, 다이요 유덴(Taiyo Yuden) 의존도가 높다"며 "스마트폰 경쟁력 확보와 IT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소재·부품 국산화는 반드시 이뤄야 할 명제"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용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 소재·부품의 경우 여전히 국산화율이 낮아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일본이 지난 7월 4일 규제한 폴더블 디스플레이용 소재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296만달러(약 156억원)어치를 수입했는데, 이 중 일본 제품이 93.7%였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 부품·소재 국산화율이 높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래 경쟁력을 고려하면 장기적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