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보면 ‘저 장면에서 주인공은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 ‘지금 지나친 배경은 다른 영화에서도 나온 것 같은데’라는 질문쯤은 한번씩 던져봤을 것이다. 또 한번 봤던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전에는 찾아내지 못했던 영화 속 세부적인 장치들을 발견하면서 ‘왜 영화 속에 저런 장면이 들어갔을까’ 등의 생각을 한 적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질문의 답을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힌트를 주는 사람이 있다.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인 ‘백수골방’ 김시우(29)씨이다.

김시우씨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 1인 창작자로 유튜브에서 영화 리뷰 채널 ‘백수골방’을 운영하고 있다. 12월 1일을 기준으로 29만명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수와 5300만건 이상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김시우씨를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시우씨는 구직 기간 중 취미로 시작한 유튜브를 이제는 본업으로 삼고 있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지 만 3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화장품 회사에 취직도 했지만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 내에서의 개인 커리어가 온전히 자신의 성과로 반영되지 않는 것에 회의를 느껴서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개인의 경력과 생존을 놓고 봤을 때 불안감이 더 컸어요. 유튜브는 본인이 하는 것에 따라 내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고 나만의 전문성이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매력을 느꼈습니다."

‘백수골방’ 김시우씨를 11월 23일 서울 강남구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 "영화는 내 인생의 멘토…인간적인 가치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경북 안동 출신의 김시우씨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다고 한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두루 보고 즐기는 편이지만 드라마를 특히 많이 봤다고 한다. 드라마를 통해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주변에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멘토와 같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그런 이유로 영화에서 인간적인 가치와 삶의 희망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게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은 앞으로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적인 면을 이어나가면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영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며 "이런 점들이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고마운 이야기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김시우씨는 자신이 영화에서 찾은 생각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세상에 좋은 메시지는 차고 넘친다고 생각하지만 전달하는 데 있어 너무 무겁게 접근하는 형태가 많은 것 같다"라며 "무거운 주제를 쉽게 풀어 일상적인 언어로 바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가치와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 "취미로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1인 미디어 창작자가 돼 있을 것"

영화를 좋아하던 시골 청년 ‘백수골방’ 김시우씨는 영화 리뷰라는 취미생활을 본업으로 삼게 됐다.

10대들의 인기 희망 직업 순위 상위권에 1인 미디어 창작자가 올라온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하루에도 온갖 종류의 동영상 콘텐츠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이들은 1인 미디어 창작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찾으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어떤 것이 자신만의 콘텐츠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김시우씨는 1인 미디어 창작자에 대한 접근 방식을 기존에 성공한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의 방식과는 무조건적으로 다르게 시작하라는 것은 틀린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아마도 자신만의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분들은 대부분 기성세대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매력에 달린 것인데 이는 한순간에, 1~2년 만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인이 1인 미디어 창작자가 되기 위해서 갑자기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는 경우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좋아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1인 미디어 창작자가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본인이 어떤 것을 좋아하다 보니 관련 지식이 쌓이고 들숨 날숨처럼 그 이야기를 전하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봐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시우씨는 스스로도 유튜브에 동영상을 취미로 올리기 시작하면서 다른 창작자들의 영화 분석 내용을 참고했다고 한다. 그는 "취미로 시작했던 유튜브가 어느새 본업이 되다 보니 스스로도 공부를 하면서 나만의 생각을 콘텐츠로 풀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사람들이 인정해주기 시작하니 더 좋은 기획을 위해 공부를 하는 선순환이 생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