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에 중간 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의 광고 제도 개편안이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2일 본지 통화에서 "이르면 다음 주 방송광고균형발전위가 만든 방송 광고 제도 개편안을 놓고 중간 광고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간 광고가 허용되면 KBS·MBC·SBS 등은 광고 시간이 늘어 연간 1000억원대까지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케이블TV와 신문·잡지 등 비(非)지상파 매체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KBS·MBC 모두 올해 1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등 '방만 경영' 지적을 받는 지상파 방송사들 요구를 들어주느라, 다른 매체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도입한 데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중간 광고까지 허용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실(果實)을 챙기는 셈이다.

◇방만 경영하면서 "광고 시간 늘려달라"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매출 감소를 이유로 중간 광고를 요구해 왔다.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11년 2조3754억원에서 2016년 1조6228억원으로 7526억원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지상파 전체 방송 매출은 3조9145억원에서 3조9987억원으로 842억원 오히려 증가했다. VOD(주문형 비디오) 판매와 재송신료 수입 등이 늘어 감소분을 메워준 덕이다. 지상파 계열 케이블 채널 광고까지 합산하면 지상파와 계열사들은 여전히 국내 방송 광고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강자(强者)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유리해진 내용은 쏙 빼놓고 '광고가 줄어 배고프다'는 소리만 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상반기 KBS 441억원, MBC 536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두 방송사는 올 연말 나란히 1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고비용 인력 구조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건비 비중이 높다 보니 제작비 증가 속도도 일반 케이블 채널에 뒤처지는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방송사들의 '직접 제작비'(인건비 등을 제외한 실제 제작비) 지출을 확인한 결과, 종편이나 tvN 등 일반 유료방송 채널은 2008년 4829억원에서 2016년 1조2761억원으로 2.5배 이상 증가한 반면, 지상파 TV는 같은 기간 8697억원에서 1조641억원으로 22%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방통위에 대한 국감에서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영은 방만하고, 조직은 기형적이며, 급여는 엄청난데 자구 노력을 위한 선행 절차가 없다"면서 "뼈를 깎는 노력 없이 수신료 인상과 중간 광고 허용을 요구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 '시청권' 침해"

작년 12월 신문협회가 김병희 서원대 교수팀에 의뢰한 '지상파 중간 광고가 신문업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지상파는 중간 광고로 매년 1000억원 이상 추가 수익을 내는 반면, 신문 산업은 연간 201억~216억원이 줄고, 케이블TV 100억원, 잡지 50억원 등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달 2일 리얼미터의 국민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60.9%가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에 '반대'라고 답했다.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제한하고, 시청률 경쟁과 상업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남태영 PP협의회장(육아방송 부회장)은 "지상파 TV에 중간 광고가 허용되면 종편이나 CJ보다 더 규모가 작은 일반 PP들은 존립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방송계 '골목 상권'인 일반 중소 채널들을 지켜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