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자력발전 이용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를 수정해 국가 에너지 정책을 합리적으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71.6%가 '원전 이용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원전에 반대한 사람은 26%로 나타났다. 또 국내 전력 생산과 관련해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37.7%), '유지해야 한다'(31.6%) 등 원전 확대·유지 답변이 '원전을 줄여야 한다'(28.9%)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원자력학회는 국내 원자력 기술 분야 산학연 전문가 5000여명이 활동하는 학술 단체다.

조사에 따르면 전 연령대에서 원전 찬성 응답 비율이 더 높게 나왔다. 60대 이상이 86.3%로 가장 높았고, 19~29세 젊은 층에서도 71.4%를 보였다. 이념별로도 진보(60.5%)·중도(72.9%)·보수(85.7%) 등 모든 층에서 원전 찬성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학노 원자력학회장이 16일 기자회견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에서는 '못한다'(50.1%)가 '잘한다'(45.5%)보다 많았다. 또 선호 발전 방식 두 가지를 선택하라는 질문에는 태양광(35.3%), 원자력(24.1%), 풍력(20.4%) 등을 꼽았다.

김학노 원자력학회장(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국민과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이 걱정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백년대계를 만들기를 희망한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정을 촉구했다.

김명현 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라 지난 6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것과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이유에 대해 '가동 시한인 2022년 11월까지 가동해도 이용률이 54.4% 미만이면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이 60.4%였는데 정부가 뚜렷한 근거 없이 원전 이용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해 멀쩡한 원전을 폐쇄했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도 "정부는 이번 정권에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순이익을 내던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조1690억원 적자 상태로 돌아섰다"며 "한전 적자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비용 5600억원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자력 분야 전공자 이탈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김명현 수석부회장은 "우수 인재들이 원자력 분야로 유입되지 않을 경우 5∼10년 이후에는 원자력 산업·연구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