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정부 때 생긴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어갔던 방송·통신 분야 업무 권한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과기정통부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일단 무대응 전략이지만, 방통위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분위기이기 때문에 두 기관이 충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기존 정보통신부가 폐지되면서 방송·통신 분야 모든 업무를 관장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로 업무 권한의 상당 부분을 넘겨줘야 했다. 예컨대 방송 분야에선 지상파·종편에 대한 허가·승인권은 방통위가 갖지만, 홈쇼핑 채널과 유료 방송 케이블TV, 인터넷TV 사업자 허가·승인·등록권은 과기정통부가 갖는다.

논란은 최근 취임 1년을 맞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업무 조정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본격화 됐다. 그는 "방송과 통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규제 업무"라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방송·통신 규제 업무를 위원회가 맡도록 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고 했다. 관련 업무를 방통위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방통위 상임위원들도 "미디어 정책과 정부 조직 이원화는 시대 역행"이라며 가세하고 있다. 지난 14일 언론학회·방송학회·언론정보학회가 '문재인 정부 방송통신 정부조직 진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자, 방통위는 출입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방통위의 '도발'에 일절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맞대응할 경우 업무 재조정을 이슈화하려는 방통위 의도에 말려든다는 판단에서다. 두 기관의 업무 조정을 위해서는 정부 조직법이 개정돼야 하는 것도 과기정통부에 유리한 대목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 문제는 결국 청와대가 여러 가지를 고려할 사안인데, 방통위가 자기네 주장만 한다고 해서 과연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