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사측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자 오는 12일 부분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이후 7년 연속으로 파업에 나서는 것이다.
11일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연례행사처럼 진행된 파업으로 현대차는 9조1900억원의 누적 손실을 떠안았다.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대수도 43만1000대에 이른다.
지난 1987년 노조가 출범한 이후 현대차의 노사 관계는 줄곧 대립과 힘겨루기로 점철돼 왔다. 30년간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고 임금협상을 타결한 횟수는 고작 네 차례 뿐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으로 현대차 노조는 파업 없이 사측과 임금협상에 합의하기도 했다. 어려운 경영상황에서도 현대차가 매년 300%+5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한데다, 실리적인 성향의 집행부가 노조를 이끌면서 불필요한 파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강성 집행부가 등장하면서 현대차 노사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2012년 현대차 노조는 13일간 파업을 벌였고 현대차는 8만2000대, 1조7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10일, 6일의 파업이 있었다. 그나마 2015년에는 파업일수가 3일에 불과했고 생산차질 규모 2만1000대, 손실금액도 4500억원으로 예년에 비해 비교적 적었던 점이 위안거리였다.
강성 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차가 가장 극심한 타격을 입었던 시기는 2016년이었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24일에 걸쳐 파업을 벌였고 현대차는 14만2000대, 3조1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떠안았다.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겪으면서 2016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8.3% 감소한 5조1935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2010년 5조9185억원을 기록한 이후 6년만에 가장 적은 수치였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에도 노조의 파업은 계속됐다. 지난해 노조는 24일간 파업을 벌였고 현대차는 8만9000대, 1조8900억원의 생산차질을 겪었다. 노사는 해가 지나도록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올해 1월이 되어서야 간신히 타결에 이르렀다. 현대차의 임금협상이 해를 넘긴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었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도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데 대해 업계에서는 또다시 회사의 위기를 약점으로 삼아 제 잇속을 차리려고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많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해 25%의 고율관세 부과를 추진하면서 현대차는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판매실적이 점차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고 파업까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현대차는 또다시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며 “현대차 노조는 회사를 상생의 파트너가 아닌 ‘현금지급기’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