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와 합격자 간 남녀 성비 비율 등 관련 자료 요청

금융감독원이 보험 카드 등 2금융권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금감원은 2금융권 회사들이 채용 과정에서 남성을 더 많이 합격시키고 여성에게는 불이익을 주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신입사원의 남녀 성비 분포도와 입사지원서류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조선DB

금감원은 그동안 제보를 받은 것과 이 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전 조사를 벌인 뒤 채용비리 의혹이 있는 곳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지원자의 남녀 성비와 최종 합격자의 남녀 성비가 현격히 차이나는 금융사에 대해선 채용 과정에서 남녀 차별이 있었는지 면밀히 들여다 볼 계획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2일 "문제 소지가 있는 곳은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현장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라며 “다만 2금융권의 금융사 수가 워낙 많아 모두 조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금융권의 공개채용 프로세스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 다만 금융사들이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입사지원 서류를 대부분 파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전 조사대상 금융사에는 생명보험사 25곳, 손해보험사 31곳, 카드사 8곳을 비롯해 주요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이 포함됐고 금감원은 채용점검 제보건이나 비리혐의건을 우선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이 2금융권 채용비리 문제 중 특히 남녀 차별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지난 5일 김기식 금감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여성 차별 채용 비리를 두고 입직 단계에서부터 유리 천장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여성계는 경악하고 있다"면서 "금감원이 실태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지도, 감독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금감원이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밝히기 위해 실시한 하나은행 2013년 하반기 채용검사 결과, 하나은행이 남녀 채용인원을 4대 1로 정해 놓고 실력과 상관없이 남성을 더 많이 뽑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전형에서 여성의 합격 최하점은 467점으로 남성 합격 최하점인 419점보다 48점이나 높았고 당시 채용된 남녀 비율은 5.5대 1이었다. 또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안에 든 여성 2명을 탈락시킨 대신 합격권 밖에 있던 남성 2명의 순위를 높여 특혜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