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직업병 의심 사례로 보상을 신청한 127명에게 195억원 수준의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직업병 피해 보상 규모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9월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시작한 이후로 현재까지 127명에게 195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직업병 피해자를 위한 보상과 재발방지, 옴부즈만 제도 시행 등을 위한 기구 설립 등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해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직업병 피해자 보상에 쓰인 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적다는 반응이다. 앞서 조정위원회는 삼성전자에 제안한 권고안에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재단 설립 등을 위해 1000억원 수준의 기금 설립을 제안하고 과거, 미래의 직업병 피해자 보상에 약 700억원 수준의 비용을 집행하고 나머지는 공익법인 설립과 운영 등에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권고안이 정한 기준을 거의 다 수용하고 오히려 기준보다 더 관대하고 폭넓은 기준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진행했다”며 “보상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까지 보상 규모를 더 늘리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금이 예상보다 많이 남은 건 우선 권고안이 산정한 피해 규모가 현실과 적잖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당초 조정위원회가 권고안에서 모호하게 언급한 ‘소정의 위로금’ 항목도 조정위가 산정한 보상 예상액과 삼성전자가 실제 집행한 금액이 차이가 큰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조정위가 권고안에서 명시한 '소정의 위로금'을 어느 수준으로 결정할 지를 두고 크게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은 요양비와 위로금, 사망자 보상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요양비는 1군(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골수이형성증, 재생불량성 빈혈, 유방항), 2군(뇌종양), 3군(희귀질환, 희귀암, 난소암, 자녀의 선천성 기형)으로 나눠 기존 치료 지출액에 향후 예상지출액을 합쳐 지원한다.
위로금의 경우 1, 2군일 경우 2년간 평균임금의 70% 수준으로 책정된다. 다만 3군은 위로금을 받을 수 없다. 사망자 보상금은 1군일 경우 평균 임금의 1000일분, 2군은 700일분, 3급은 350일 분이다.
삼성전자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보상금 산정을 위해 보상위원회 등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위로금에 대해서는 직업병의 인과관계에 따른 산재보상과는 별도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기반한 보상이기 때문에 판단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피해보상을 시작한 지 2년차에 접어든 올 하반기부터는 추가적인 직업병 피해 보상 신청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피해자들 중 보상 기준에 이견을 나타내거나, 보상 자체를 반대하는 소수의 피해자 및 가족들도 있기 때문에 현재 195억원 수준인 피해보상금 총액이 향후 다소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