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사가 2년여의 재건축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다. 이 은행 핵심 부서 2000여명의 이동이 이달 하순부터 시작돼 본격적인 신사옥 시대를 연다. KEB하나은행은 20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한 개방형 도서관을 시민들에 개방해 신사옥을 시민과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신사옥

◆ 2년여 공사 끝에 문 여는 KEB하나銀 신사옥

17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오는 21일부터 내달 25일까지 모두 6회에 걸쳐 이 은행 ▲리테일사업부‧리테일상품부 ▲PB사업부 ▲미래금융사업부 ▲여신관리부 ▲기업개선부 ▲신탁부 등 주요 핵심 부서들이 서울 을지로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현재는 모두 서울 종각 그랑서울 빌딩을 빌려 사용하고 있거나 옛 외환은행 본점으로 사용됐던 건물에 있는 부서들이다.

은행 관계자는 “그랑서울 빌딩과 현재의 본사 사옥에 흩어져 있던 주요 부서들이 순차적으로 신사옥으로 들어온다”며 “가장 먼저 들어오는 부서는 종각 그랑서울 빌딩에 위치에 있어 업무효율성이 떨어졌던 PB사업부나 미래금융사업부 등이다”고 했다.

이번에 이동하는 인력은 KEB하나은행 전체 임직원 1만4000여명 가운데 2000여명에 해당한다. 이 은행 7명 중 1명은 짐을 싸서 을지로 신사옥으로 오피스를 옮기는 셈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08년 6월 하나은행 본사사옥을 철거한 후 지상 25층, 지하 7층, 연면적 5만1000㎡(1만5400평)의 신사옥 신축 인허가를 냈다. 이후 신축공사는 2년여 전인 2015년 9월부터 시작됐다. 새로 세워진 신사옥 건물은 지상 26층, 지하 6층으로 지어졌다. 은행이 신사옥 투자비용으로 공시한 금액은 1420억원이다.

◆ 신개념 스마트 오피스에 개방형 도서관까지, 직원과 시민들의 공간으로 재탄생

신사옥은 직원과 시민들의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신사옥의 가장 큰 변화는 스마트오피스(Smart Office)화다. 기존 은행 사무공간과는 달리 지정좌석을 없앴다. 대신 출근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모든 업무는 공용 PC를 사용해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자료를 저장‧공유한다.

개인 PC는 사라지고 자유석에 있는 공용 PC로 업무로 처리해야 한다. 각종 자료는 클라우드에 올려 놓고 필요할 때마다 내려받아 사용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면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도 업무가 가능하다. 불필요한 종이서류도 없애 페이퍼리스(paperless) 환경도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장점을 살려 하나은행 고객과 시민들에게도 공간을 개방한다. 이를 위해 신사옥 2층에는 개방형 도서관을 연다. 은행 관계자는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워질 계획”이라고 했다.

도서관에는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학, 경제학, 예술, 실용서적 등 2000여권의 책이 비치된다.

한편, 스마트오피스 환경에서 업무를 보기가 쉽지 않은 외환 딜링룸 등의 신사옥 이전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은행은 현재 본사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옛 외환은행 본사건물이 부영그룹과의 매각절차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일부 부서들을 계속 이 건물에 남겨둘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을지로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사옥이 인근 롯데호텔 건물과 함께 주변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