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혼술’, ‘저도주’ 트렌드에 따라 믹싱주(섞어 마시는 술)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0~40대의 66.1%가 혼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낮은 도수의 저도수 위스키 판매량도 지난해 9월까지 전년동기대비 48.5%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믹싱주의 부재료로 쓰이는 토닉워터(칵테일에 쓰이는 향이 가미된 탄산수)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코카콜라가 라이선스 생산하는 캐나다 드라이와 하이트진로의 토닉워터가 양분하고 있던 토닉워터 시장은 지난해 6월 이마트 ‘피코크 377 바’ 진출로 3파전으로 바뀌었다. 토닉워터는 레몬, 오렌지, 라임, 키니네(Kinas) 등에 당분을 섞어 만든 탄산수로, ‘칵테일’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부재료다.

가운데 왼쪽부터 피코크, 캐나다 드라이, 진로 세 종류의 토닉워터.

2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피코크 377 바 칵테일 음료 5종의 총 판매량은 37만개로, 그중 토닉워터 판매량은 전체의 40% 이상인 15만개에 달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피코크 377 바 제품이 월 4만병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이마트의 토닉워터시장 진출 이후 코카콜라와 하이트진로의 토닉워터 판매량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코카콜라는 토닉워터 판매량 추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으나 판매량이 감소세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신규 토닉워터 출시는 있었지만 소수의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하곤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며 “피코크 토닉워터가 전국 250여곳 싱글몰트, 오센틱(Authentic·정통) 바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피코크, 토닉 본연의 맛 강한 진로와 맛 옅은 캐나다드라이 사이 ‘틈새시장’ 공략해

피코크 토닉워터가 기존 제품과 어떤 맛의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촌에서 6년째 칵테일 바 ‘틸트’를 운영 중인 주영준 바텐더의 의견을 들어봤다. 주 바텐더는 싱글몰트위스키의 역사, 향미 분류와 증류소를 다룬 ‘위스키 대백과’를 번역하기도 했다.

서울 신촌 한 마트에 토닉워터가 진열돼 있다.

주 바텐더는 진로 토닉워터에 대해 “향에서부터 강렬한 단맛이 난다. 토닉의 신맛과 쓴맛이 어우러지긴 하지만 단맛이 약간 튀며 맛이 강한 편”이라고 평했다. 캐나다드라이에 대해서는 “단맛이 적고 신맛이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강하다. 쓴맛이 받쳐주며 입에서 상큼하게 튀는 것이 특징”이라며 “전반적으로 맛의 강도가 진로보다 약한 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피코크 토닉워터를 마셔봤다. 주 바텐더는 “단맛은 캐나다드라이보다 강한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어느 한 맛이 튀지 않는 균형잡힌 맛”이라며 “꽃 느낌의 잡미(본래 맛 이외의 맛)가 강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피코크 토닉워터가 기존 두 제품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바텐더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 ‘정용진의 야심작’ 377...칵테일 시장 지각변동?

피코크 377 바는 지난해 출범한 이마트 피코크 비밀연구소에서 내놓은 1호 제품이다. 377은 이마트 본사 주소(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377)에서 따온 숫자이며 상품 개발에는 ‘애주가’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상품 개발 단계에서 제품을 시음하며 방향성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피코크 비밀연구소에서 칵테일을 시음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 부회장은 2014년 수제맥주전문점 ‘데블스도어’를 연 뒤 지점수를 늘리고 있다. 또 신세계L&B, 신세계푸드 등은 맥주, 와인을 수입하고 있다.

377 제품 개발에는 청담동 볼트(Vault)82, 한남동 더 부즈(The Booze) 등 국내 최고 수준 바의 바텐더들이 참여했다. 377 제품 개발을 담당한 하정엽 피코크 음료 바이어는 “바텐더들이 원하는 묵직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 타사 제품 대비 당분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토닉워터·레몬토닉 등 술과 섞어 마시는 믹싱 음료 매출이 2014년 대비 2015년 9.3%가량 늘었다”며 “토닉워터 판매량이 마트 외에도 주류도매상 등을 통해 서울, 부산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