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만 담보 잡고 회사채 투자자 희생강요?…"기타 채무자의 상환요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
RG도 채무재조정에 포함?…"RG는 미확정 보증, 출자전환 할 수 없어"
대우조선해양의 P플랜(Pre-packaged Plan·신규자금 지원을 전제로 한 법정관리) 돌입이 가시화됐다.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향후 채무재조정이 불발될 경우 4월 회사채 만기일인 오는 21일 전후로 대우조선 처리방향을 P플랜으로 전환한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11일 채무재조정 입장을 정해 발표할 예정인데,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채무재조정 요구 조건인 출자전환 비율, 전환가액 조정, 산은의 추가 감자 진행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산은, 수은 등은 이미 P플랜 돌입을 위한 사전 회생계획안을 90% 이상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10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의 상황이 급박한 상황”이라며 “한시도 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채무재조정 불발시 바로 P플랜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우조선 자금 흐름 상 회사채 상환 가능할 것”
산은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요구 조건 수용불가 방침을 재확인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우조선 관련 소문에 해명했다. 정 부행장은 “손실 최소화라는 관점에서 회사채 투자자들도 채무재조정에 참여하는 것이 합당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연금 요구조건은 수용할 수 없으며 향후 P플랜 돌입 이후 대우조선이 청산하면 그나마 있던 회사채 상환 기회도 물건너 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채무재조정 이후 연기되는 회사채를 상환받을 수 있는 지 여부를 걱정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향후 대우조선의 신규수주 현황 등을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할 경우에도 만기가 연장된 회사채의 상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KPMG는 이번 채무재조정이 성공하고 산은과 수은의 신규자금 2조9000억원 등이 대우조선에 투입됐을 경우 오는 2020년 대우조선의 유동성이 2조1272억원, 2021년 2조3973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채무재조정에 실패하고 신규자금도 추입되지 못해 청산하거나 P플랜에 돌입할 경우 회사채 상환율은 각각 6%와 10%로 낮아진다고 전망했다.
정 부행장은 “만기를 연장한 회사채의 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2021년부터 대우조선의 유동성이 3조원가량, 최악을 가정해도 2조원가량 된다”며 “이번 채무재조정에 회사채 투자자들이 합의해줄 경우 상환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RG(선수금환급보증) 채무도 이번 채무재조정에 포함해 산은과 수은의 출자전환 비율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RG는 미확정 보증으로 출자전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정 부행장은 “워크아웃, 회생절차에 돌입해도 RG의 경우 채무조정 대상 채권으로 책정되지 않는다”며 “만약 RG콜(발주사가 대우조선해양에 건조한 선박을 취소하고 선수금을 물어달라 요구하는 권리)이 발생하게 될 경우 부담보채권과 동일한 기준으로 출자전환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 “산은 채무에 대한 담보? 자산 매각 시 전부 해지”
또 최근 산업은행이 기존 채무에 대해 이미 대우조선해양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어 손실을 혼자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담보를 잡은 것은 맞지만, 이는 기타 채권자가 해당 자산을 매각해 본인 채무를 변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부행장은 “산은이 잡은 담보는 비업무용 자산 등으로 6000억원이 넘는 규모”라며 “회사가 해당 자산을 매각할 경우 담보는 즉각 해지되면 회사 운영자금으로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STX조선해양 처럼 회사채 채무재조정에 동의했는데, 결국 법정관리에 보낸 사례처럼 대우조선도 그리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STX조선과 대우조선은 그 규모와 파급력부터 달라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 부행장은 “일각에서 이번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합의해놓고 국책은행은 RG 부담에서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는다”라며 “당초 대우조선을 죽이는 방향으로 이번 정상화 방안을 짰다면 신규자금 지원 결정도 하지 않았을 것이며 RG가 줄어드는 만큼 신규 수주에 대한 RG를 새로 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P플랜 도입 준비는 모두 끝내…발주취소 예상 계약은 8척
대우조선해양의 P플랜 여부는 이르면 내일 결정된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대한 입장을 내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채무재조정 참여 여부에 따라 대우조선의 운명이 결정난다.
산업은행은 이미 P플랜 돌입을 위한 사전 회생계획안을 만들어 놨다. 계획안에 따르면 기존 무담보채권의 출자전환 비율은 모두 90%로 변경된다. 사실상 대우조선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상환은 불가능해진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돌입하면 선주들이 선박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우조선에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은 전체 건조대금 중 미리 받은 20%를 돌려줘야 하고 상환의 의무는 RG를 발급한 금융회사들에 있다. 이를 RG콜이라 하는데, RG콜 우려가 있는 선박은 현재 대우조선이 기 보유한 114척의 선박 및 플랜트 중 40여척이다. 이중 산업은행은 40여척 중 실제로 RG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선박은 8척 정도로 보고 있다.
정 부행장은 “소난골, 시드릴 등 대략 8척 정도의 선박 및 플랜트가 RG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실제 발주사가 선박 계약을 취소할 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