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은 덜하고 편리함은 더했다.' 개통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시운전 중인 수서고속철(SRT)을 2일 먼저 타본 뒤 느낀 점이다.
SRT는 개통 전부터 국민들의 관심이 컸다. 강남권에서 뛰어난 접근성, KTX보다 평균 15% 저렴한 운임, 장거리 고객을 위한 별도 객실, 전 좌석 충전 콘센트, 특실 케이터링(음식 제공) 서비스. 국내 유일한 철도 공급자였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KTX에 대항하기 위해 SRT 운영사인 SR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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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SRT 운영사인 SR은 수서~동탄~지제 구간을 공개했다. 이 구간은 KTX와 겹치지 않는 SRT 전용 노선으로 이동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SRT는 지제역을 지나 평택의 한 지점에서 현재 KTX가 다니는 경부 고속선으로 합류한다.
경부선(하루 편도 40회)과 호남선(편도 20회)은 하루 60회 운행된다. KTX보다 7~8분가량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운임은 수서~부산 구간이 5만2600원으로 KTX(5만9800원)보다 12% 싸다. 수서~목포는 5만2800원(-12%), 수서~대전은 2만3700원(-15%), 수서~동대구 4만3500원(-14%), 수서~광주송정 4만6800원(-13%)이다.
◆ 수서~평택 대부분 터널 구간…창 밖 암흑에 약간의 소음도
출발역인 수서역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SRT 외관과 승무원들의 유니폼이었다. SRT를 대표하는 색은 보라빛에 가까운 와인색으로 열차와 유니폼 모두 같은 색으로 제작됐다.
파란색을 쓰는 KTX와 다른 점이었다. SR 관계자는 "국민 공모를 거친 것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색 자체가 어둡다보니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화사함 보다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줬다.
열차가 수서역에서 출발하면, 한동안 창 밖에 보이는 것은 어둠 뿐이다. 수서~평택 61.1㎞ 구간 중 86%가 율현터널이기 때문이다. 율현터널은 수서에서 경기도 동탄까지 52.3㎞ 뻗은 국내 최장 터널이다.
터널 밑에 깔린 콘크리트 위로 열차가 달리면서 약간의 소음이 발생했다. 열차는 시간당 300㎞ 속도로 달리는데 소음은 77.8dBA(데시벨)로 한 여름에 매미가 우는 정도다. 호남고속철(77.9dBA)과 비슷하다.
열차에 타보니 좌석이 와인색이라는 것 말고는 기존 KTX와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지난 2010년부터 운행중인 국산 고속열차 KTX-산천과 같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다만 열차 내 불필요한 공간을 없애 승객이 넓게 앉을 수 있도록 좌석 공간을 확보했다. KTX보다 좌석 공간이 5㎝ 정도 넓다.
SRT의 좌석에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뒤로 젖혀지는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다. 일반석은 37도, 특실은 41도까지 뒤로 젖힐 수 있다. 전 좌석에 전자기기 충전용 콘센트가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와이파이 용량을 확대해 인터넷 속도가 KTX에 비해 최대 10배 정도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동탄역은 국내 최초의 고속철도 지하역사가 됐다. 지하 승강장에서는 수서고속철과 2021년 개통을 앞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역을 통과하는 열차의 소음을 완화하기 위해 스크린도어도 설치됐다. 이 역사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연계된다.
◆ 특실에 기내용 수하물 선반…장거리 고객 전용칸도
열차는 총 8칸인데 특실은 1칸, 33석이다. 모든 좌석에 목베개가 부착돼 있는데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승무원이 간단한 스낵 등 식음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실 좌석 위에는 항공기에서 볼 수 있는 수하물 보관용 선반이 구비돼 있다. 기존 KTX에도 수화물 보관 칸이 있지만 여닫을 수 있는 문이 없어 중간에 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SRT는 사회적 약자나 장거리 승객을 위한 좌석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체 열차 중 일부 칸을 이들을 위한 전용 칸으로 지정하고, 예매를 하면 이 칸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계획이다. 장거리 승객의 경우 승하차가 잦은 단거리 승객과 다른 객실을 이용하고 싶다는 민원이 많았다.
SRT 열차의 칸 사이에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과 휠체어 보관소, 그리고 수유실과 기저귀 보관대가 설치됐다. KTX에 남녀 공용 화장실과 별도 화장실이 섞여 있는 것과 달리 SRT은 화장실이 모두 남녀 별도로 나눠져 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승무원을 호출할 수 있다는 것도 SRT의 장점이다. 열차를 놓치면 이 앱을 통해 환불을 할 수 있다. KTX의 경우 역 창구로 직접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