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거나 택시 요금을 지불할 때부터 간단히 교통카드를 갖다대고 지나가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사원증을 갖다대야 출입이 가능한 빌딩도 많다.

앞으로는 카드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곳곳에 갖다대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신용카드를 비롯해 대부분의 카드가 모조리 스마트폰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미 스마트폰 케이스에 각종 카드를 넣어 다니며 여기저기 갖다대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훨씬 쉽게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갖다대면 통(通)하는 NFC

작년 10월 출시된 애플 아이폰6의 '애플페이'와 삼성전자 갤럭시S6가 올여름에 도입할 예정인 '삼성페이'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요금을 치르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여기에는 모두 NFC(Near Field Communication)라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사용된다. 이미 주요 스마트폰에는 NFC 기능이 내장돼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용카드 결제에 필요한 NFC용 결제 단말기만 갖추면 이 서비스는 순식간에 널리 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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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C가 결제 서비스에 쓰이게 된 것은 보안성이 뛰어난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는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에 10㎝ 이내로 갖다대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4~5㎝ 안에 들어와야만 기능이 활성화되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고,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에 무선 헤드셋이나 무선 스피커를 연결해주는 블루투스는 최장 10m까지 떨어져 있어도 기기 간 통신이 가능하다. NFC의 사용 거리가 훨씬 짧은 것은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사용자와 떨어진 곳에서는 신용카드 정보를 빼갈 수 없다는 점에서 확실한 결제 수단이기도 하다. 또 NFC는 블루투스와 달리 기기를 별도로 등록하는 절차가 필요없어 사용이 간편하다.

전자기유도를 통한 통신

NFC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스마트폰 내에는 코일 형태로 만들어진 고리 모양의 루프 안테나가 들어있다. 스마트폰이 역시 코일 형태로 된 결제 단말기의 안테나에 가까워지면 두 안테나 사이에 자기장이 형성된다. 여기서 발생한 전류를 이용해 기기 간 통신이 이뤄진다. 이는 19세기 영국 물리학자 패러데이가 발견한 '전자기유도(電磁氣誘導)'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전선에 전류가 흐르면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고, 이 자기장의 에너지가 다시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전선에 전류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2002년 일본 소니가 개발한 13.56㎒ 대역의 주파수 통신 기술과 전자태그(RFID) 기술이 그 기반이다. NFC태그(tag)도 RFID처럼 코일형 안테나와 IC(집적회로)칩이 얇은 회로기판 위에 그려져 있다. 일반 RFID 통신과 달리 NFC는 양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는 휴대폰의 배터리 위에 NFC태그를 붙여놓았다. 스마트폰 커버를 열어보면 배터리 위에 'Near Field Communication'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NFC 기능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배터리를 둘러싼 은색 외피를 벗기면 루프형 안테나가 나온다. 애플 아이폰6는 단말기 윗부분 테두리 근처에 NFC 안테나가 붙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6의 코일형 안테나는 NFC 기능 외에도 MST(마그네틱보안전송)라는 검은 띠가 그려진 구형 신용카드 결제 기능도 지원한다. 게다가 무선 충전 기능까지 갖췄다. 모두 자기장을 이용한 전자기유도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TV 리모컨에서 모바일 결제까지

무선통신 기술 중에서 도달 거리가 짧은 근거리 무선통신은 사실 그리 별난 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고,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과 통신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해왔다. TV 리모컨에 쓰였던 초창기의 적외선통신이 비교적 간단한 기술이다. 무선통신 기술은 블루투스 이후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블루투스는 집 안의 모든 통신 기기를 무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어서 도달 범위가 길 필요가 없었다. 반면, 휴대전화는 최소 수백m는 전파가 도달해야 한다. 그래야 기지국에서 신호를 받아 중계가 가능하다. 우리가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원거리 무선통신과 근거리 무선통신이 모두 가능하도록 진화해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