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지 끄는 소도 굴레를 벗고 쉬어간다는 아현동 굴레방다리 일대가 아현고가도로 철거로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서울시가 도시환경 미화를 위해 아현고가를 철거하자 굴레방다리가 감춰져 있던 속살을 훤히 들어냈다. 아현고가는 길이 939m의 왕복 4차로로 시청과 아현동, 신촌을 이어준 고가도로다. 지난 1968년 급격한 교통량 증가로 인한 소통대책과 도심 인구의 외곽 분산을 위해 건설됐다.
아현고가는 아현동 일대 개발의 걸림돌이었다. 도시 미관을 망친 것은 물론 보행자의 통행을 불편하게 했다. 주민 대다수는 아현고가 철거를 앓던 이를 뺀 것처럼 후련하다고 느낀다. 답답하게 앞을 가리던 아현고가가 철거되니 상권은 물론 집값도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현고가에 숨어 지내던 방석집들은 영업에 지장을 받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 고가 철거로 ‘방석집’들 대로변에 훤히드러나
굴레방다리에 소달구지는 오래전에 없어졌으나, 술로 일상의 굴레를 벗기 위한 남성들은 여전히 굴레방다리에 모여들고 있다. 현재 아현고가 밑에는 방석집으로 불리는 유흥업소 20여곳이 밀집해 있다. 방석집이란 방석을 깔고 술을 마신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아현고가는 그간 지역 개발의 걸림돌이었으나, 방석집들은 고가도로 덕분에 영업에 도움이 됐다. 고가도로를 가람막 삼아 영업해와 남성 손님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었다.
이제 고가가 철거되면서 방석집들이 대로변에 훤히 보이다보니 남성들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기 민망해졌다.
이미 고가 철거로 방석집들은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한 유흥업소 종업원은 “아현고가가 철거되자 가계가 문 닫을 수 있다는 말이 나와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손님들도 고가가 철거됐다며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업원은 “아직까지 손님이 표시날 정도로 줄어들지는 않았다”며 “지역 주민들이 일반 카페와 다를 것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도시환경 미화를 위해 고가가 철거되자 미관에 더 좋지 않은 방석집들이 대로변에 훤히 드러난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주민과 상인 불만은 제법 있는 편이고, 재정비 사업 진행 중이라 방석집들은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로변에 떡 하니 있어 주민들이 밀어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아현 가구거리 상권 살아날까 기대
반면 아현고가 그늘에 가려 영업이 시원치 않던 아현동 가구거리는 고가 철거로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단절 해소와 도시미관이 개선됨에 따라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고가 아래에는 70여곳의 가구점과 웨딩점 등이 밀집해 영업하고 있다. 특히 오는 6월까지 신촌과 충정로 구간에 중앙버스전용차로 2.2km가 설치되면 매출 증가는 물론 권리금 상승까지 기대하고 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이미 고가 철거 계획 잡히자마자 가구점을 내놨던 점주들이 매물을 거둬갔다”며 “상권 자체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아현뉴타운 3구역 ‘아현뉴타운 래미안푸르지오’ 등 인근 단지 주민들도 분위기가 좋다. H 공인 관계자는 “입주를 앞둔 아파트 주민들은 고가 철거로 인해 주변 환경이 좋아지는 만큼 집값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매수 문의도 늘고 호가도 많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