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지음ㅣ교보문고ㅣ264쪽ㅣ1만4000원
“우리 회사는 왜 이렇게 무식하게 일을 할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회사의 업무 처리 과정에 불만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좀 더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상사나 조직은 이 방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불만을 품던 직원은 이내 변화를 포기하고, 조직의 방식을 따라가게 된다. ‘혁신’은 말뿐이다.
이런 ‘경직성’에 포스코건설은 문제 의식을 느꼈다. 회사의 사업 구조는 해가 갈수록 달라지고 있는데, 업무 처리 과정은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기존의 업무 환경을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폰, 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술이 잇따라 나왔지만, 정작 이를 활용하진 못하고 있었다.
사실 포스코건설은 2003년부터 3년에 걸쳐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했다. 이 덕분에 국내 사업에 적합한 업무 플랫폼을 구축해 영업·구매·사업관리 등 개별 프로세스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문제는 포스코건설의 사업 구조가 바뀌면서 이 방법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해외사업 비중이 커지자 기존 방식은 활용도가 떨어졌고, 혁신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이를 맡던 직원들이 기존 업무로 복귀하게 되면서 사후 관리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건설은 지난 2년여 동안 삼일PwC 컨설팅, 포스코ICT와 함께 PI(process innovation·프로세스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 맞춰 스마트 오피스와 모바일 오피스라는 기반을 구축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인재, 조직, 임무, 청사진 등에 대한 개념을 모두 새롭게 세웠다. 이 책은 포스코건설이 시도한 혁신의 과정을 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먼저 혁신이란 익숙한 99가지를 버리고 획기적인 한 가지를 선택할 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낡은 반복을 버리고 일하는 방식의 스마트화를 추구한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업무시스템을 ‘GSI’(global single instance·글로벌 통합 시스템)로 구축했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해외 사업장과의 커뮤니케이션·문화·환경 차이를 좁히고, 표준 시스템과 매뉴얼 만들기에 나섰다. 이런 작업을 통해 해외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됐고, 글로벌 경쟁사보다 한차원 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SWP(smart work place·똑똑한 직장) 업무 시스템도 구축했다. SWP는 크게 일정과 계획 수립을 하는 TMS군, 연락 수단과 연락을 위한 번역을 관장하는 CMS군, 정보 검색 및 저장, 분석을 담당하는 KSI군,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공간인 IMS군, 기타 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벤토리로 구성돼 있다. 직원들은 업무를 준비하거나 수행할 때 이 시스템을 이용해 소통·융합·협업을 추진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목표를 공유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며, 온라인상의 특정 플랫폼을 활용해 합리적으로 성과를 추구하게 됐다.
“프로젝트를 통해 포스코건설이 일하고 싶은 조직으로 바뀌었다는 걸 실감하십니까?”
포스코건설은 요즘 종종 이 같은 질문을 받고 있다. 내부에서도 혁신 프로젝트가 개선인지, 혁신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포스코건설은 이 책에서 ‘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한다. 조직이 대청소라도 한 것처럼 싹 바뀐 것은 물론 아니지만, 불필요한 업무 절차를 재단해 그만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부서간 불명확했던 역할 분담 때문에 언성을 높이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