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액의 손실 처리를 발표한 블랙베리(Blackberry)의 경영진 내부 갈등이 심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블랙베리는 한때 ‘오바마 폰’으로 불릴 만큼 스마트폰의 선두주자이자 대명사였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메일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블랙베리 경영진의 갈등은 터치스크린 기반 모델을 계획하면서 시작됐다. 키보드 자판을 고집해왔던 블랙베리는 새 운용체제인 ‘블랙베리 10’ 개발에 사활을 걸었고, 올 3월 새 운용체제 블랙베리10과 터치스크린을 채용한 ‘블랙베리 Z10’을 내놓았다.
하지만 회사 공동설립자인 마이클 라자디스(Lazardis)는 “회사의 새 방향은 나의 비전을 버린 것”이라고 자조하며 당시 터치스크린 제품 개발을 반대해왔다.
블랙베리의 또 다른 공동 창업자였던 짐 바실리(Balsillie)는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 초까지 블랙베리메신저(BBM)를 경쟁사에 판매하는 ‘SMS2.0’ 전략을 추진했다. 그는 블랙베리의 메시지 서비스를 일종의 플랫폼을 형태로 만들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싶어 했지만, 라자디스 창업자와 토스텐 하인즈(Thorsten Heins) CEO (당시 COO) 등이 반대했다. 갈등이 깊어지자 작년 3월 짐 바실리 공동 CEO는 이사회를 떠났다. 바실리 CEO는 “2012년 내가 이사회를 떠난 것은 회사가 BBM 전략을 취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2년 1월 두 창업자는 물러나고 최고운용책임자(COO)였던 하인즈가 새 CEO가 됐다. 블랙베리 Z10은 하인즈 CEO가 애플과 삼성의 터치스크린 휴대전화와 경쟁하기 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였다.
블랙베리 Z10은 경영진 갈등 속에 결국 세상에 나왔지만, 블랙베리에 거액의 손실을 안겨준 주범이 됐다. 블랙베리 Z10은 제품 리뷰에서는 괜찮은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나온 제품이라 빛을 보기 어려웠다.
블랙베리는 이번 분기(7~9월)에만 10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블랙베리 Z10 재고로 인한 손실은 9억3600만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는 2011년에도 ‘플레이북’이라는 태블릿PC를 내놓았다가 5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연달아 두 번의 대규모 손실을 맛본 블랙베리는 직원 1만2500명 중 40%에 달하는 4500명을 구조조정할 예정이다. 회사도 사모펀드 등에 헐값에 팔려나기기 직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