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모(53)씨는 지난해 6월 본인 소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5층 빌딩을 리모델링했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건물이 나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현대적인 외관으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임대료도 비싸게 받을 수 있었고 건물 감정평가액도 높아졌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3~6층 규모의 중소형 빌딩에 대한 리모델링 수요가 늘고 있다. 리모델링으로 임대수익률도 높이고 자산가치 상승을 꾀하기 위해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어린이집을 리모델링한 건물 전경.

◆ 10년만에 리모델링 수요 3배 증가...비용은 신축의 절반

리모델링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 상업용 건축물 건축허가면적 중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도 14.5%에서 지난해 40.7%로 세 배 가량 증가했다.

건물의 기본 기능 외에 디자인 가치의 상승을 위해서 실시하는 리모델링의 경우에도 비용이 신축에 비해 크게 절감된다. 단순 건축 비용뿐 아니라 공사기간도 신축보다 짧은 편이어서 금융비용도 줄일 수 있다.

정창호 에코건축 소장은 "신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것은 비용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비용만 생각하지만, 사실 공사 기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 감소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는 이동휘(46)씨는 강남구 신사동에 있던 낡은 어린이집 건물을 약 20억 원에 매입한 뒤 최근까지 지속적인 리모델링을 했다. 연면적 656㎡인 이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은 4억6000만원으로 3.3㎡당 대략 200만~250만원 정도였다. 3.3㎡당 350만~400만원 수준인 신축에 비해 비용이 절반 수준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 다만, 설계비의 경우, 리모델링이 신축보다 다소 높다. 업계 통상 신축 설계비에 1.3배 수준이다. 기존 건물을 분석하는 작업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서천빌딩 전경.

◆ 맞춤 리모델링이 대세

부동산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전 주변 상권의 흐름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변 환경을 고려하고 임차 업종을 미리 예상한 뒤 리모델링하면 임대에 유리하다는 것. 요즘엔 입주 업종까지 고려한 맞춤형 리모델링이 대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서천빌딩의 건물주인 임 모씨는 애초 리모델링 당시 디자인 사무소, 영상관련 업종의 입주를 희망했다. 영사기를 수집할 정도로 이러한 분야에 애착이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업종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후 서천빌딩은 현대적인 외관과 어울리는 헤어디자인 샵, 영화 홍보회사 등이 들어선 상태다.

서울 마포구 마포동에 있는 신한디엠사옥은 최근 마포 일대에 상업 시설의 수요 증가를 감안해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기존 지하 1층에 있던 23개의 소규모 점포를 정리하고, 대형 식당 등이 입점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현재 공실률은 떨어지고, 임대수익률은 리모델링 이전보다 높아진 상태다.

신한디엠사옥 건축주는 “리모델링 후 공실률은 30%에서 10% 미만으로, 임대수익률은 7%에서 9%로 상승했다”며 “임대료 역시 3.3㎡당 4만원에서 4만8000원으로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