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프레드 쉐드 지음|240쪽|1만7000원|부크온

한 방문객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화려한 뉴욕 금융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이 맨해튼 남쪽의 배터리 공원에 도착하자 가이드가 정박중인 멋지 요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배들이 바로 은행가와 주식중개인들의 요트입니다." 그러자 방문객이 물었다. "그러면 고객들의 요트는 어디에 있나요?"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는 미국에서 1940년에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는 월스트리트의 주식 트레이더로 일 하다가 1929년 대공황이 오자 거액을 잃고는 월스트리트를 떠났고, 이 후 월스트리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의 본질적인 문제를 꼬집는 이 책을 썼다.

70년도 더 된 책이지만 요즘도 금융기관의 탐욕과 부도덕성을 지적할 때마다 인용되고 있다. 이처럼 오래된 책이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읽히는 것은 당시 주식시장 이면에 숨겨져 있던 부조리와 부도덕함이 지금까지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한 페이스북은 공모가격 부풀리기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다. 기업과 공모 주간사의 욕심으로 인해 공모가가 부풀려 졌고, 투자자에게는 그야말로 '김빠진 맥주'가 돌아갔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전 세계인들을 주목하게 한 월가 점령 운동(occupy Wall Street) 역시 금융권의 부도덕함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꼬집는 주식시장의 문제들은 대다수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70년 전에도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를 위해 매일 주식시장을 전망하고 이를 보고서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고객들을 위한 보고서를 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예측에 대한 확신은 없어 책임은 피하고 싶으면서도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주식 시장은 대대적인 매수를 통해 저항선을 돌파할 강력한 세력을 모색하면서 다소 불확실한 다지기 국면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식의 매우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식시장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낸다.

이 책은 주식시장은 물론 투자자들의 헛된 욕심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저자는 투기는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기 위한 노력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은 행위이고, 반면 투자는 큰 돈이 적은 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을 투자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역시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며, 주식시장의 부조리와 부도덕함을 유지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 말 하는 것 처럼 건전한 투자를 할 경우 금융권의 탐욕과 부조리에 맞서 자신의 소주안 돈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