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가 국내 통신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스마트폰을 다른 통신업체에서는 쓸 수 없도록 고의적으로 막거나 자사가 개발한 응용프로그램(앱)을 기본으로 설치해놓고 소비자에게 사용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불필요한 앱을 삭제하려고 해도 그런 기능 자체를 아예 빼놓기도 한다.
①100만원짜리 최신 스마트폰, 통신사 옮기면 무용지물
통신사들은 고객들에게 자기 매장에서 판매하는 휴대폰만 쓰게 한다. "우리한테 산 스마트폰으로 우리 서비스만 이용하라"는 식이다. 예를 들어 통신 3사가 모두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인기 LTE 스마트폰 '갤럭시노트'는 겉모습뿐 아니라 내부 기능도 똑같은 제품이다. 하지만 SK텔레콤에서 판매하는 갤럭시노트는 KT나 LG유플러스에서는 쓸 수 없다. 다른 통신사도 마찬가지다. 통신사를 옮기면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이 무용지물이 되도록 해놓아서 고객을 가둬놓는 수법이다.
통신업체들은 "주파수가 달라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800메가헤르츠(㎒), KT는 1.8기가헤르츠(㎓)에서 LT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대의 스마트폰에서 여러 개의 주파수를 수신하려면 수신 부품을 여러 개 넣어야 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업계에 따르면 주파수 수신 부품은 2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업체 관계자는 "부품 값이 싸서 몇 개의 주파수를 동시에 수신하게 하는 건 간단하다"며 "각 통신업체가 하나의 주파수만 지원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②앱 깔아놓고 삭제도 못하게 해
SK텔레콤은 자사의 음악 서비스 '멜론'과 응용프로그램 장터 'T스토어'를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설치해 판매한다. 음악 서비스 앱이 여러 개가 있지만 자기 회사 것을 우선으로 쓰도록 끼워팔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앱은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 아니지만 지울 방법이 없다. 제조 과정에서 일반 사용자가 건드릴 수 없는 저장 공간에 탑재되기 때문이다.
필요없는 앱을 심어두는 것은 KT나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팬택이 제조하는 스마트폰 '베가LTE M'에는 이런 식의 앱이 20여개 깔려 있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휴대전화 유통을 각 통신사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선 이렇게 자사 앱을 넣어달라는 통신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했다.
과도하게 많은 통신사의 앱들은 스마트폰의 저장 공간을 많이 차지해 성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 된다. 자영업자 강모(34)씨는 "쓰지도 않는 프로그램들을 잔뜩 깔아놓아서 볼 때마다 정신이 사납다"고 말했다.
③요금만 비싸고 속도는 그대로
LTE 데이터 요금제도 문제다. 통신 3사는 LTE 서비스를 시작하며 일제히 데이터 요금을 올렸다. 기존 3세대(3G) 이동통신에서는 월 기본료 5만4000원이면 무제한으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LTE에선 월 5만2000원에 1.2~1.5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밖에 쓸 수 없다.
요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속도가 5배 이상 빠른 프리미엄 서비스여서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LTE 신호가 잘 안 잡히는 지방이나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예전처럼 3G 서비스로 자동 전환된다. 이런 경우에도 비싼 LTE 요금제가 적용된다. 서비스는 보통 수준인데, 돈만 프리미엄으로 받는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전국통신망을 설치할 때까지 나타나는 한시적인 현상"이라며 "지금 가입하는 사용자에게는 추가 데이터나 요금 할인 등을 제공해 불편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