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직함을 중요한 덕목으로 배우며 자랐다.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간은 나쁜 사람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우리와 전혀 반대로 가르친다. 표리가 동일한 사람은 친하게 지내서는 안 될 아주 위험한 사람으로 보고, 표리가 부동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위험이 닥쳤을 때 표리가 동일한 사람은 자기만 화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온 집안을 다 망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술수를 부릴 줄 알아야 이 세상을 살아간다고 보았다. 이것을 처세술이라고 가르쳤다.

기술자와 예술가는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는다. 기능에 술수를 부리는 것이 기술이고, 예능에 술수를 부리는 것이 예술이다. 술수라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물질적 가치를 넘어선 형이상학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술(術)이다. 브랜드 이미지, 작가의 명성 등이 사실은 다 ‘술’이다.

반면에 요술, 도술, 마술 등은 오직 형이상학적 가치로만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즐거움, 호기심. 이상함. 기기묘묘함 등을 창출하는 것이다. 사실 속임수적인 면이 많다고 할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속임수라는 것은 어른이 되면 누구나 안다. 알면서도 인정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장사에는 상술(商術)이 있어야 한다. 상술은 나쁜 것이 아니다. 물건이나 서비스 그 자체의 실용적인 면을 넘어선 디자인, 가격정책, 브랜드이미지, 친절함 등이 다 상술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범위 내에서의 상술이 필요하다.

처음 사업하는 사람이 상술은 모르고 상도만 배우면 세상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역사적으로 상술의 최고 달인은 돈 장사이며, 돈 장사의 대표적인 업종은 은행이다. 그래서 은행을 알고 사업을 하면 망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금리공부가 중요한 이유다.

은퇴를 해도 그렇다. 은행은 은퇴를 한 사람에게는 이자를 단리로 주고, Retire한 사람에게는 이자를 복리로 준다. 물러나 숨는 은퇴하는 사람과 타이어 갈아 끼우고 다시 달리는 Retire한 사람이 돈 장사 입장에서는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돈에는 가격과 가치가 있다. 돈의 가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화폐의 구매력을 말한다. 그래서 돈은 현재가치와 미래가치가 다르다. 돈의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할인하면 돈의 가격인 금리가 된다.

쉽게 표현하면 이렇다. 높은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의 높이를 모른다. 여기서 나무의 높이가 미래가치다. 그런데 그 나무의 그림자가 있다면 그 그림자의 길이를 잴 수 있다. 그 그림자의 길이가 현재가치다. 이제 그림자에 맞춰 사다리를 놓는다고 치자. 그 때 그 사다리의 기울기가 바로 금리다. 미래가치인 나무의 높이가 105M 이고 , 현재가치인 ‘나무의 그림자’ 가 100M 라면 105/100=1.05 가 되어 세상금리는 5%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금리는 올라가 보아야 한다는 사다리의 위험성과 올라가는 시간이 첨부된 개념이다.

돈 장사들은 여기서 상술을 발휘한다. 이 원리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나무의 높이를 경험과 직관, 사전조사 등을 통해 정밀 측정한다. 돈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의 미래가치를 잘 모른다. 알더라도 아직 올라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이를 증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의 미래가치를 다른 사람이 측정한 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현재 그림자의 길이가 100이라고 하자. 그런데 A라는 사람의 미래가치인 나무의 높이를 110 이라고 돈 장사하는 사람이 평가한다면 110/100=1.1 이다 그래서 돈 장사가 A라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 A는 10%의 이익을 만드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에 B 라는 사람이 미래가치가 150 이라고 측정했다면 150/100=1.5 이므로 B는 50%의 이익을 만드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결국 돈 장사들은 B에게 돈을 빌려주지 A에게는 빌려 주지 않거나 많은 담보와 안정책을 요구한다. 장사는 결국 세상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남들과 달라지려면 세상의 평균과는 다른 어떤 술수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상술이다. 상술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한 목숨 살기 위해서는 식물이건 동물이건 다른 생명을 희생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지는 않는다. 상술도 그러하다. 적절한 선에서 잘 부려야 한다.

더더구나 돈 장사들은 그 금리를 적용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 상술을 피운다. 바로 단리와 복리라는 개념이다. 은행에 돈을 맞기는 사람에게는 단리로 이자를 계산해준다. 단리는 그 차이가 일정한 수의 나열이라는 의미의 등차수열(2.4.6.8...)이다. 반면에 돈을 빌려 줄 때는 복리금리를 적용하기도 한다. 복리는 그 차이가 일정한 비율의 수의 나열이라는 등비수열(2.4.8.16…) 이다. 그래서 은행 돈 무서운 줄 알면 사업을 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 장사는 단순하게 단리로 돈을 버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야 장사의 밑천인 신용이 쌓인다. 그러나 돈을 지킬 때는 복리로 지켜야 한다. 복리는 고도의 상술이기에 꼭 배워두어야 한다. 상술은 몇 가지 기본적인 패턴과 유행이 있다. 자신의 업종과 때에 따라 내놓는 상술이 달라져야 한다. 대표적인 4가지 상술을 다음 주에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