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전용기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기아차와 LG그룹이 전용기를 이용하고 있고, SK그룹 역시 올 하반기 전용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4대그룹의 전용기 운용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월 900억원대의 미국 보잉사 비즈니스 제트기 BBJ-737기를 사들여 등록신청과 항공안전검사를 마쳤다. 이 전용기는 승무원을 포함해 모두 20명이 탈 수 있다.

지난 7일 정몽구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처음 이용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경영진들이 해외출장 때 전용기를 이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번거로운 수속절차가 없는데다 직항로가 없는 지역 출장 때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해 전용기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전용기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지난 2006년 교체한 캐나다 봄바르디어사의 글로벌 익스프레스(BD7001A10) 2대와 보잉 737을 개조한 보잉 비즈니스 제트기(BBJ-737) 1대 등 모두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과 이재용 전무를 비롯해 윤종용 이학수 이기태 전 부회장과 이윤우 현 부회장 등 그룹 경영진에서 이용했다.

BBJ-737은 직항이 가능해 이동시간을 크게 줄일수 있고 상대적으로 실내공간이 넓어 전용기중 최고급 기종으로 통한다. 글로벌 익스프레스(13인용)는 항속거리가 짧아 미국 등 먼 지역을 갈 때 중간 급유를 받아야 한다.

LG그룹은 지난해 5월 18인승 비즈니스 제트기(G550)를 도입했다. 마하 0.8의 속도에 항속거리가 1만2500㎞다. 김포공항에서 미국 중부도시인 올랜도와 프랑스 파리까지 논스톱으로 비행할 수 있다. 운항에 나선지 1년만에 지구 13바퀴를 돌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1년동안 총 150여회(운항시간 600시간)에 걸쳐 약 52만7000㎞(28만5000마일)를 운항한 것.

LG 전용기는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남용 LG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LG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바이어 방문, 법인 및 지사 방문, 회의 참석 등에 주로 이용했다. "지난 1년간 ▶오지 비행 ▶퀵턴(Quick turn) 비행 ▶장거리 비행 등 전용기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경영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LG관계자의 설명.

SK그룹은 하반기 미국 걸프스트림사의 G550 기종을 도입할 예정이다. 18인승으로 가격이 550억원대로 알려졌다. SK그룹은 그동안 외국 거래처 인사들의 공장이나 건설현장 방문, CEO들의 지방 원거리 출장 등을 위해 지난 1993년 구매한 미국 스콜스키사의 S-76B 모델 8인승 헬리콥터를 사용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