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X일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 5, 4, 3, 2, 1 발사! 과학기술위성2호를 실은 KSLV 1호 로켓이 불을 뿜기 시작한다. 우리나라가 국산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세계 9번째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 국가가 되는 순간이다. 아시아에선 일본, 인도, 중국에 이어 네 번째다.
과학기술위성 2호 실은 KSLV1호 로켓 내년 발사 성공 땐 ‘10전11기’ 9번째 우주클럽 국가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환석(崔桓碩·42) 박사는 그날만 생각하면 밤샘 작업도 신이 난다. 우주강국의 신호탄이 될 그 불꽃이 그가 만들고 있는 엔진에서 뿜어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로켓 실험에 절반쯤 성공한 상태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 '10 전(顚)11기(起)'였다.
◆포기하지 않는 용기=최 박사가 한국 최초의 우주로켓용 액체연료엔진 제작에 도전하기 시작한 건 2000년. 시험 때마다 엔진이 폭발하거나 불이 꺼지자, 주변에선 "한국에서 우주발사체 로켓을 만들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했다.
정말 현실은 열악했다. 처음엔 엔진점화실험장도 없어 러시아까지 가야 했다. 그러나 애써 만든 엔진이 도착한 날 폭발해버려 아무것도 못한 채 먼 길을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실험 도중 연료가 새는 사고로 졸지에 악덕 폐수배출업자가 돼 경찰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단 몇 초간의 엔진점화 실험을 위해 며칠 밤을 새웁니다. 실험에 들어가면 5초가 5시간처럼 느껴지죠. 손이 땀 범벅이 됩니다."
KSLV 1호의 전초전 격인 첫 번째 액체로켓엔진 개발에서 최 박사는 1년 동안 10번 실패하고 11번째에 성공했다. 드디어 스페이스 클럽의 꿈, 본격적인 KSLV 1호 엔진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졌다.
◆현대판 문익점이 되다=내년 발사될 KSLV 1호는 러시아와 공동개발을 하고 있다. 로켓 엔진을 만들려면 섭씨 3000도의 고온과 대기압의 60배를 견뎌야 하는 소재가 있어야 한다. IT강국답게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부문은 우리도 이미 선진국 수준이지만 엔진용 첨단 소재와 특수 가공기술은 산업 인프라가 없어 전무한 실정이다.
러시아에 모든 걸 맡기면 간단한 일이지만 최 박사는 나중을 위해서라도 우리 힘으로 소재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과학자를 붙잡고 설득한 끝에 엔진용 첨단 소재 샘플을 구할 수 있었다. 이것을 문익점처럼 붓 대롱만하게 만들어 들여오다가 공항 검색대에서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겨우 소재의 성분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소재를 생산해줄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일일이 공장을 찾아 다닌 끝에 문제를 해결했고 드디어 국산 로켓엔진 몸체가 탄생했다. 얼마 전 최 박사는 로켓엔진의 핵심부품인 가스발생기를 60초 동안 연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마지막 단계인 엔진점화실험만 남았다. 이 과정만 통과하면 내년 외나로도 로켓 발사 꿈이 실현된다. "내년이 지나면 또 2015년 발사될 로켓에 도전할 겁니다. 우주왕복선도 개발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