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우주 기관인 아프리카우주국(AfSA)이 지난 4월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 신생 우주 기관은 유럽과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우주 기관과 잇달아 협력 증진을 위한 협정을 맺는 한편 자금 확보에 나섰다.
AfSA은 아프리카 지역 5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연합(AU) 주도로 설립된 우주기구다. 회원국이 별도의 우주 기관을 가진 유럽우주국(ESA)과 유사한 구조다. 본부는 이집트 신도시 뉴카이로시티에 두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20개국 이상이 각자 우주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조율하기 위해 설립됐다.
◇통신망 구축과 기후변화 영향 추적 목표
AfSA의 최우선 과제는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위성통신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2024년 아프리카 인구의 38%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인구의 23%만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추적하고 재난 구호 활동을 제공하는 것도 주된 목표 중 하나다. 인공위성이 수집한 사진과 정보를 활용해 농업과 수자원, 식량 안보를 지원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대륙을 대표하는 우주국 기능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전문 인력이 확보되지 못했고 예산의 구체적 확보 방안과 활동 계획, 재원 조달 계획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재원은 아프리카연합(AU)의 예산에서 당분간 충당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프리카연합의 예산은 6억600만달러에 이른다. 메삭 키뉴아 은디리투 AfSA 우주엔지니어는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우주국 예산은 아프리카개발은행(ADB)과 같은 외부 재원을 통해 보충될 것”이라며 “우주 개발 단계가 서로 다른 국가들이 공동의 우선순위를 갖도록 합의하도록 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성장하는 아프리카 우주 개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올해 회계연도 예산은 254억 달러(34조8200억원)에 이른다. 유럽우주국(ESA)은 올해 예산으로 87억 달러(11조9277억원)를 책정했다. 이에 비해 아프리카의 우주 개발 예산은 대륙 전체를 합쳐도 규모가 훨씬 작고 외국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스페이스인아프리카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우주 예산은 지난해 4억6500만달러(6380억원)로 전 세계 우주 지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2018년 이후 64% 성장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의 우주 분야는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각국도 이 지역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열린 창립 행사에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유럽 같은 우주 분야의 선도 국가들이 대표단을 파견했다. 유럽우주국(ESA),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아랍에미리트우주국(UAESA)은 이날 행사에서 AfSA와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AfSA는 첫 파트너로 유럽과 손을 잡았다.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4년간 4500만달러를 투자하는 아프리카-유럽연합(EU) 우주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전역의 경제 개발, 기후 회복력, 디지털 전환을 위해 우주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이 보유한 지구 관측 플랫폼인 코페르니쿠스와 유럽형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인 갈릴레오를 활용해 기후 변화와 천연자원 모니터링, 우주 전문가 교육, AfSA에 대한 제도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러시아와도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로스코스모스로부터 숙원 사업인 우주발사체 역량과 우주 연구, 아프리카 우주인 임무에 관한 기술 조언을 받기로 했다. UAE와는 산하 회원국들과 소형 위성 개발과 교육 교류에 관한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소홀 틈타 중국·일본 영향력 확대
아프리카 우주 개발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도 심상찮다.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 곳곳에서 일대일로 사업을 벌인 경험을 토대로 우주 분야에서 역할을 점차 키우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ODI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 국영기업들이 아프리카에서 수주한 위성 계약은 전체 발주 물량의 20%(8억7150만달러)에 이른다. 이는 59%를 차지한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기업이 수주한 2억5000만달러(3427억원)의 3배가 넘는다.
중국은 2007년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나이지리아에 위성 제작과 발사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했다. 지난 2017년 알제리에 최초 통신 위성 알콤샛-1을, 2019년 에티오피아와 수단에 각각 최초 지구관측위성을 제공했다. 지난 2023년에도 이집트가 고해상도 지구관측위성 MISRSAT-2를 우주 궤도로 쏘아 올리는 데 도움을 줬다.
레베카 나딘 ODI글로벌 위험 및 회복력 프로그램 디렉터는 “중국 국영은행들은 다양한 아프리카 우주 프로젝트에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며 “중국 기관들은 아프리카 국가를 위해 통신과 지구관측위성을 제작하고 발사했을 뿐만 아니라 시설도 빌려주고 있으며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우주개발재단은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8호에 아프리카에서 설계하고 제작한 저주파 무선 망원경을 실어 달에 배치하는 아프리카투문(Africa2Moon)이라는 야심찬 과학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유엔우주업무사무국(UNOOSA)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한 키보 실험 모듈에서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의 큐브위성을 쏘아주는 협력 사업을 통해 이미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일본은 AfSA 창립 행사 직후인 지난 4월 21~25일 카이로에서 열린 아프리카 뉴스페이스 콘퍼런스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전문가와 기업가들이 대거 참가해 아프리카 각국 우주청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의 입지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약화하고 있다. 미국 대학과 NASA는 아프리카 기관들과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AfSA 창설을 앞두고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아프리카에서 협력할 국가를 선택할 수 있으며, 더 나은 참여를 기대해야 한다”며 아프리카에 대한 광범위한 파트너십과 투자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의 국제 개발 자금 지원이 중단되고 NASA 과학 예산이 삭감되면서 아프리카 국가와 파트너십은 위기를 맞고 있다.
네이처도 “미국이 국제 개발 자금 지원에서 철수하는 것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양측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노력이 아프리카를 우주 기반 서비스의 파트너이자 고객으로 보는 중국에 비해 덜 통합적이고, 덜 전략적이라는 전문가 2명의 지적을 함께 소개했다.
◇아프리카의 우주 역량 강화 숙제
우주 컨설팅회사인 스페이스허브 아프리카는 지난 1998년 이집트가 최초로 남미 적도 기아나 프랑스령 쿠루 우주센터에서 인공위성을 쏜 이후 현재까지 아프리카의 18개국이 총 67기의 인공위성을 쐈다고 집계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주로 통신과 원격탐사 분야에서 위성을 활용하고 있다. 이집트는 14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3기의 위성을 발사해 가장 많은 위성을 보유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는 위성 데이터를 수신하고 처리하는 지상국을 운영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위성 제작 능력을 갖춘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발사 역량도 유럽과 중국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아프리카우주국은 점차 확대하는 우주 경제에서 회원국의 역할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주 개발에 필요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55개 회원국의 우주 프로그램을 통합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의 우주 기관의 연간 예산은 적은 편이다. 스페이스인아프리카에 따르면 올해 아프리카연합 회원국들은 자국 통화 기준 우주 예산을 유지하거나 소폭 증액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독자 위성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앙골라만 해도 연간 우주 예산이 한동안 500만달러(69억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프랑스 투자 은행으로부터 2억5500만달러(3500억원)의 대출을 받아 지구 관측 위성인 앙게오-1(ANGEO-1)의 개발 자금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우주국의 역할은 우주발사체 기술보다는 상대적으로 기술 확보가 쉬운 위성 분야 기술 확보와 활용 쪽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디리투 AfSA 우주엔지니어는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매우 현실적”이라면서 “뛰기 전에 먼저 걷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족한 역량을 해외와 협력을 통해 끌어와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미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기회와 환경이 충분히 무르익고 있다. 올해 1월 발표된 뉴스페이스 아프리카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36개국에는 위성 통신과 지구 관측, 위성 제조, 위성 항법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우주기업이 327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선점된 주파수와 궤도 공평한 접근권 확보 숙제
우주 개발 후발 국가들의 대표 조직으로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지구 저궤도는 위성 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와 원웹, 카이퍼 같은 대규모 군집위성 서비스가 늘면서 심각한 궤도와 주파수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도 1만3000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궈왕(Guo Wang)과 1만4000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첸판(Qianfan) 서비스를 내놓으며 포화상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 기업과 국가들이 주파수와 궤도를 선점하면서 아프리카 같은 후발 국가들에 대한 차별 문제도 현실화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5월 스타링크를 비롯한 해외 통신 사업자들의 진출을 쉽게 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고가의 위성 장비비와 높은 가입비가 소비자에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023년 세계무선통신회의에서도 궤도 환경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려면 지구 저궤도와 주파수에 대한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후발 국가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신생 우주국은 글로벌 기업과 이들의 배후에 있는 우주 개발 선도 국가들의 견제와 압력을 극복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의 신생 우주 기업들이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얻을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신생 우주기구의 몫이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 https://doi.org/10.1038/d41586-025-01792-8
Nature(2025), DOI : https://doi.org/10.1038/d44148-025-00163-9
Scinece(2022),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bq5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