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코코아 콩(카카오) 가격이 올해 들어서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 콩은 기후 악화와 병충해로 지난해 최악의 작황을 보이며 12월 t당 선물(先物) 가격이 1만290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 분석 회사들은 올해 주요 카카오 산지의 작황이 다소 개선되면서 코코아 콩 선물 가격이 내림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인공위성이 수집한 기후 정보를 분석한 결과 주요 카카오 산지인 서아프리카의 생장 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 초 일부 지역의 강수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병충해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국내 인공위성 기업 나라스페이스는 4일 코코아 콩의 주요 산지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기온과 강수량을 위성과 기상 정보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초콜릿과 제과 원료로 사용되는 코코아는 카카오 열매(코코아 콩)를 120도에서 볶아 말린 뒤 빻아 수분과 지방 함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만든 제품이다. 코코아는 가공 과정만 거치면 품질과 함량이 일정해져서 선물 형태로 사고 파는 거래 품목으로 취급된다. 코코아 콩 선물 가격의 변화를 알려면 생산지에서 나타난 변화를 살펴보면 된다.

지난해 2월 서아프리카 가나 서부 지역 사므레보이 마을의 코코아 농장에서 한 농부가 불법 금 채굴 활동으로 파괴된 현장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 지도. 자료 : 유엔식량농업기구/나라스페이스

현재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70%는 서아프리카 국가인 코트디부아르, 가나, 에콰도르, 나이지리아에서 생산된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이 가운데 40%와 20%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품질이 좋은 가나산 코코아가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판매된다. 반면 코트디부아르산 코코아는 공급 과잉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거래되는 비중이 작다.

강수량과 기온은 카카오 생산량과 작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우기 빈도와 강도가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카카오 최대 재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우기와 건기 패턴이 상대적으로 뚜렷하고 단순한 가나의 최근 기후 조건을 분석했다.

분석팀은 유럽중기예보센터가 1940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지구의 기온·바람·습도 분석 자료를 수집해 구축한 5세대 중기기상예보(ERA5) 모델을 사용했다. 또 1981년부터 30년 넘게 북위 50도부터 남위 50도까지 위성 사진과 관측소에서 수집한 일별 강우량 모니터 자료(CHIRPS·우량계 및 위성 관측을 통한 강수량 추정)를 활용했다.

코트디부아르보다 가나가 기후에 더 민감

분석팀은 지난해 2023년 우기(7~10월) 동안 코트디부아르 지역이 과거(2020년~2022년)에 비해 최고 기온을 관측했다. 또 누적 강수량은 평년 평균보다 현저히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분석팀은 지난 2023년 7~9월 우기 때 코트디부아르에 2020~2022년보다 비가 적게 온 것을 확인했다. 또 같은 해 7~10월 월평균 기온도 앞서 2020~2022년보다 높아 심각한 가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열매는 생장기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지나치게 고온 건조한 환경은 작물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병해충이 확산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기후 환경은 지난해 카카오 공급 부족을 초래하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시기 바로 옆 나라인 가나는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나는 코트디부아르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농업 관리와 기후 적응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 2023년 하반기 가뭄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 1분기 엘니뇨(El Nino) 현상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이런 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수확기인 3월 강수량이 급증하고 1~7월에는 월평균 기온이 2020~2023년보다 높아 고온다습한 환경이 형성되면서 병해충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카카오 열매 꼬투리에 곰팡이가 피는 검은 꼬투리병(Black Pod Disease)이 확산하면서 카카오 열매 가격은 지난해 큰 폭으로 올랐다.

코트디부아르 기온과 강수량
가나의 강수량·기온 변화

생산량 증가 전망 속 선물 당분간 강세 전망

카카오 열매는 산지에 따라 성장 시기와 수확기가 조금씩 다르다. 서아프리카에선 주로 4~10월에 자라고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을 한다. 전체 생산량의 약 70~80%를 이 시기에 수확하기 때문에 1월부터 3월까지 기상 상황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코트디부아르는 평소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하르마탄 바람(북동 무역풍)과 변덕스러운 날씨로 기후 위기의 영향이 큰 편이다. 지난해에도 고온건조한 기후가 발생했는데 카카오 열매 선물 가격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시기 상대적으로 안정적 농업 환경을 갖추고 있던 가나는 기후 위기 영향을 크게 받았다. 분석팀에 따르면 지난해 날씨 변화로 코코아 선물 가격 폭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2월 서아프리카 지역의 기온은 평균값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ICCO는 지난 2월 올해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늘어난 484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들이 코코아 제품 가격 인상과 용량 축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미국과 런던의 선물 시장 가격과 관련 기업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자료 : 인베스팅닷컴

하지만 전 세계 코코아 재고량이 줄고 있고 여전히 남아 있는 기상 이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카카오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2024년 이전까지 코코아 콩의 역대 최고가는 1977년 t당 5104달러였다. 지난해 카카오 작황이 악화하면서 4월 t당 1만1461달러를 찍은 데 이어 12월에는 1만2906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도 7721~1만1137달러를 오르 내리며 현재는 1만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역시 코코아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BC 뉴스는 미국 정부의 관세가 커피와 초콜릿 사업주들을 짓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로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것은 아니지만, 원자재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가격이 오랫동안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스페이퍼 분석팀은 “지난 3월 가나 지역의 강수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도한 습도로 병충해가 발생하고 낮은 재고 수준이 계속되면 가까운 시일 안에 코코아 가격이 내려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코코아를 사용하는 주요 제과 기업들도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기업들의 주가는 선물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세계 5대 초콜릿 제조 업체 허쉬(Hershey)는 지난 1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조정 주당순이익(EPS·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주식의 총수로 나눈 값)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코코아 가격·관세·물류비 상승”을 주요 악재로 지목했다. 또 다른 초콜릿 제조사인 몬델리즈 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은 코코아 재료비가 사상 최고 수준을 찍자 주당순이익(EPS)이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트디부아르 가나 기온 강수량

시장분석 회사들은 전 세계 코코아 가격이 3~4년 뒤에는 공급 과잉으로 점진적으로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네덜란드계 다국적 은행인 라보뱅크에 따르면 2024~2025년 코코아 생산량이 회복되면서 가격은 점진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격이 2023년 이전 수준보다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카카오 농업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과잉 공급 위험을 초래해 2027~2028년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스페이퍼 분석팀은 “서아프리카 기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코코아 선물 가격의 변화를 계속해서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벨기에의 한 초콜릿 제조 공장에서 초콜릿을 식히고 있다. /로이터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저비용 우주발사체와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지켜보는 시대가 왔다. 위성은 이제 국방은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우주경제 시대를 맞아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를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국제 분야 보도에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