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전기차회사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부(DOGE) 장관으로 임명되며 실세로 떠오르면서 각종 정책적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일방적인 예상 삭감, 정부 구조 조정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면서 테슬라 전기차 판매도 역풍을 맞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테슬라 생산 거점인 미국 텍사스의 전기차 공장 시설에서 출하되지 않고 재고 상태로 대기 중인 전기차가 부쩍 늘어난 정황이 위성 영상에 포착됐다.

위성영상서비스 회사 나라스페이스는 30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 외곽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 텍사스(Giga Taxas)’ 야외 주차장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테슬라 기가 텍사스 부지. /나라스페이스

지난 2021년 말 처음 문을 연 이 시설은 테슬라 본사와 인접한 대규모 생산 시설로, 차세대 로보택시(Cybercab) 조립과 실험, 에너지 저장 장치인 메가팩(Megapack) 생산을 아우르는 신사업 전초기지이자 심장부 기능을 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선 전기차 모델Y(Model Y)와 사이버트럭(Cybertruck)을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기가 텍사스는 2020년 건설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지구관측위성인 센티널-2와 플레이아데스 네오 위성을 활용해 기가 텍사스를 촬영한 결과 지난해 12월 인도용 서편 차량 주차장 건설이 마무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생산이 끝난 뒤 인도를 기다리는 전기차를 충전할 충전 구역이 신설된 모습도 포착됐다.

테슬라는 생산을 마친 차량을 인도하기 전 공장에 마련한 별도 주차 공간에 세워둔다. 기가 텍사스에서는 인도용 차량 출하 건물 서쪽 주차장과 메인 건물 동쪽의 직원용 주차장을 쓰고 있다.

분석팀은 이 공간을 ‘탐지영역 1’과 ‘탐지영역 2’로 나눠 인공위성과 드론이 찍은 영상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공장에서 생산된 뒤 출고를 대기 중인 차량 수와 차종을 파악했다. 주차된 차량의 정확한 종류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드론 영상을 통해 알아냈다.

테슬라의 기가 텍사스는 2020년 건설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인도용 서편 차량 주차장 공사가 진행됐고 지난해 12월에는 생산이 끝난 뒤 인도를 기다리는 전기차를 충전할 별도의 충전 구역이 신설된 모습이 포착됐다. 기가 텍사스는 생산을 마친 차량을 인도용 차량 출하 건물 서쪽에 있는 주차장과 메인 건물 동쪽의 직원용 주차장에 세워두고 있다. 테슬라 기가 텍사스 부지의 시간별 변화. /ESA 나라스페이스

분석 결과 인도용 차량 출하 건물 서쪽 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 수는 지난해 3월과 12월에 비해 올해 3월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이 구역에 주차된 사이버트럭은 지난해 3월 2일 48대, 12월 31일 26대가 탐지된 반면 올해 3월26일 포착된 영상에선 184대로 크게 늘었다. 대표 모델인 모델Y차량도 같은 기간 182대에서 7대로 줄었다가 263대로 늘어났다. 이 주차장에서는 새로 생산된 전기차인 모델Y와 사이버트럭 외에도 테슬라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의 출퇴근 차량으로 추정되는 타사 차량과 생산용 차량도 대거 포착됐다.

같은 기간 직원용 주차장과 겸용으로 사용되는 메인 건물 옆 동쪽 주차장에서도 출고를 기다리는 차량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모습이 포착됐다. 사이버트럭은 지난해 3월 2일 촬영된 영상에서 51대, 12월 31일 영상에선 5대였는데 판매 부진 논란이 제기된 올해 3월 24일엔 229대로 나타났다. 모델Y도 같은 기간 108대에서 23대, 198대를 기록했다.

분석팀은 “주차된 차량은 판매가 줄면서 출하 대기 상태로 남아 있는 차량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가 둔화되면서 공급과 수요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기가 텍사스의 인도용 차량 출하 건물 서쪽에 있는 주차장쪽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변화. 지난해 3월과 12월에 비해 올해 3월 촬영된 영상에선 차량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ESA 나라스페이스
테슬라의 기가 텍사스 직원용 주차장과 겸용으로 사용되는 메인 건물 옆 동쪽 주차장에서도 출고를 기다리는 차량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모습이 포착됐다. /ESA 나라스페이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테슬라는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정부 효율부(DOGE)의 수장으로서 정부 예산 삭감과 연방 기관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미국과 유럽 내에서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과 점유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1분기 인도량이 33만6681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총매출은 193억3500만달러(약 27조6336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핵심인 자동차 사업 매출이 139억6700만달러(약 19조9616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줄었다. 테슬라는 매출 감소 요인으로 차량 인도 실적 부진과 차량 평균 판매 가격(ASP) 인하 등을 꼽았다.

실제로 미국 독립뉴스 미디어인 셔우드는 테슬라의 기가 텍사스 시설을 촬영한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야외에 주차해 있는 차량 절반이 재고에 해당하는 사이버트럭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도 이달 초 사이버트럭의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약 2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특정 시점의 위성 사진만으로 테슬라의 실적 흐름과 재고 관리 문제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정 기간 위성 사진에 나타난 차량 수 변화를 비교하면 생산 속도 증가나 재고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분석팀은 “위성 영상으로 공식 발표된 수치로 알기 어려운 생산 현장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며 “투자 판단을 위한 보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 생산된 테슬라 사이버트럭들이 지난 2023년 12월 1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기가 텍사스 공장 밖에 주차돼 있다. /AFP 연합뉴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저비용 우주발사체와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지켜보는 시대가 왔다. 위성은 이제 국방은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우주경제 시대를 맞아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를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국제 분야 보도에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