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은 한국재료연구원과 분무건조(噴霧乾燥) 기술을 이용해 고용량 이차전지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분무건조 기술은 커피 믹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술이다.
이차전지 전극은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활물질, 전기가 흐르도록 돕는 도전재, 접착제 역할을 하는 바인드를 섞어 만든다. 섞는 방법은 용매를 활용하는 습식 공정과 용매 없이 고체 파우더로 만드는 건식 공정이 있다. 건식 공정은 습식보다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지만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를 균일하게 섞는 게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분무건조 기법을 건식 공정에 활용했다. 활물질과 도전재를 액체 형태로 섞은 다음 유리관으로 된 고온의 챔버에서 분사한다. 이렇게 되면 챔버 내부 온도가 높아 용매는 순식간에 증발하고 활물질과 도전재 복합 분말만 남는다. 커피 농축액을 분사하며 뜨거운 바람을 더해 고체 형태 분말만 얻는 커피 믹스 생산 방식과 동일하다.
연구진은 활물질과 도전재 분말을 바인더와 섞은 뒤 특수 장비를 통해 바인더를 실처럼 가닥가닥 늘리는 섬유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가 정교하게 섞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진은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결합물을 얇은 필름처럼 만들어 배터리 전극으로 제조했다.
연구진은 이차전지 도전재 함량을 2~5%에서 0.1%까지 줄였다. 전지 용량과 직결되는 활물질 함량은 상용 전극(2~4mAh/㎠)의 2배에 달하는 7mAh/㎠까지 높였다. 연구 결과는 화학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실렸다. 황인성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고체전지, 리튬황전지 등 차세대 전지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