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된 바이러스 감지 시스템의 전체 개요. 공기 중 바이러스는 채집된 뒤 종이 면역 센서로 분석된다. 면역 센서에 전기가 흐르는데, 바이러스 농도에 따라 전기 신호가 감소하는 원리다. 검출 결과를 확인해 현장소독과 감염 관리를 진행 할 수 있다./울산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실내 공기를 떠도는 바이러스를 빠르게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학교나 병원 등에서 독감,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병을 조기에 감지하고,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장재성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교수진은 실내 공기 중 바이러스를 손상 없이 포집하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감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지난달 30일 게재됐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바이러스 검출 기술인 유전자 증폭 분석(PCR)은 정밀 분석이 가능하지만, 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과 인력이 소요돼 실시간 감시나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감염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진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감시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은 공기를 빨아들여 그 안의 바이러스 표면에 물방울을 응축시켜 무겁게 만든 뒤 포집, 종이 면역 센서로 검출하는 방식이다. 빠르게 흐르는 공기 속에서 무거워진 바이러스 입자는 관성에 의해 센서 표면에 부딪히며 포집된다.

포집된 바이러스 샘플은 종이 면역 센서를 통해 30분 안에 검출된다. 이 때 표면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A)와의 항체 반응을 통해 바이러스 존재뿐만 아니라 감염 가능성까지도 판단할 수 있다. HA 단백질이 많이 검출될수록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높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실제 초등학교 교실, 복도, 급식실 등에서 공기 샘플 17개를 수집해 분석했고, 이 중 4곳에서 A형 독감 바이러스(H1N1)를 검출됐다. 반면, 같은 장소에서 사용한 상용 장비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장재성 교수는 “이 기술은 인플루엔자뿐 아니라 코로나19를 포함한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에도 적용 가능하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공공장소, 병원, 학교 등 다양한 공간에서 조기 감염 감시와 대응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2025), DOI : https://doi.org/10.1021/acs.est.4c14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