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는 효율 높은 촉매를 개발했다. 최근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기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새로 개발된 촉매는 상용화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김영은 탄소전환연구실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바꾸는 니켈 단일원자 촉매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일산화탄소는 알코올과 플라스틱, 합성가스로 만들 수 있는 기초물질이다.
이산화탄소 업사이클링 기술은 주로 일산화탄소로 바꾸는 방향으로 연구됐다. 하지만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이 촉매로 사용돼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철이나 니켈처럼 저렴한 촉매가 사용되지만,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생산속도가 낮아 상용화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가격이 싼 니켈을 이용해 단일원자 촉매를 개발했다. 단일원자 촉매는 원자 단위의 촉매 활성 부위를 조절하기 위해 쓰이는 촉매 소재를 말한다. 연구팀은 니켈 원자를 질소 원자와 결합한 후 탄소나노튜브 위에 고르게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높은 반응성을 얻었다. 질소 원자는 니켈과 같은 전이금속의 화학적 흡착반응을 높이는데, 질소와 결합한 니켈의 반응이 활발해져 촉매 반응 속도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다.
새로 개발한 촉매를 만드는 방법도 기존보다 간편하다. 대부분의 단일원자 촉매 합성은 열처리와 산성 처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개발된 촉매는 니켈과 질소 화합물과 탄소 지지체를 혼합하고 열처리하면 된다. 간단한 공정으로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촉매가 이산화탄소 업사이클링에 사용된 은 나노입자 촉매보다 30배 적은 금속을 사용하고, 생산속도를 최대 7배까지 높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니켈 단일원자 촉매를 상용 음이온교환막에 적용해 실험한 결과 70시간 동안 화학반응으로 일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생산하는 비율이 98%에 달했다.
김영은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전화해 일산화탄소를 생산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며 “저가 단일원자 촉매 기술이 산업체에 이전되면 이산화탄소를 애물단지에서 보물단지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나노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올해 7월 게재됐다.
참고자료
ACS Energy Letters, DOI: https://doi.org/10.1021/acsenergylett.3c0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