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은 최근 경기 시흥시 배곧지구에 최첨단 바이오 의약품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하는 데 2조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5월 미국 보스턴에 연구개발의 거점으로 미국 법인 CKD USA를 설립한 데 이어 글로벌 신약 개발의 교두보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종근당은 최첨단 연구 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신약 파이프 라인 범주를 대폭 확대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신약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첨단 바이오 의약품으로 세상에 없던 신약(First-in-class)과 미충족 수요(Unmet needs) 의약품을 목표로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폭넓은 신약 파이프 라인
종근당의 과감한 연구 개발 전략은 2023년 11월 글로벌 제약 기업에 혁신 신약 후보 물질을 역대 최대 규모로 기술 수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저분자 화합물질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 CKD-510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해 13억500만달러(약 1조73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종근당은 올해 5월 노바티스가 FDA(미 식품의약국)에 임상 2상 시험 계획서를 제출함에 따라 단계별 마일스톤 500만달러를 수령했다.
CKD-510은 종근당이 연구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로 선택성이 높은 비히드록삼산(NHA·Non-Hydroxamic Acid)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HDAC6 억제제다. 전임상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등 여러 HDAC6 관련 질환 효능이 확인됐다.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1상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다.
2023년 네덜란드 시나픽스와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한 종근당은 ADC 플랫폼 기술 3종의 사용 권리를 확보해 ADC 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앞서 2022년에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 개발 생산(CDMO) 및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이엔셀과 전략적 투자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 공동 연구를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연구 및 임상 시험과 관련해 산학연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고, 국내외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공동 개발도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종근당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CKD-508은 혈액 내 지방단백질 사이 콜레스테롤에스테르(CE)와 중성지방(TG)의 운반을 촉진하는 콜레스테롤에스테르 전이단백질(CETP)의 활성을 억제해 저밀도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낮추고, 고밀도 콜레스테롤(HDL-C) 수치를 높여주는 기전의 신약 후보 물질이다. 효종연구소에서 진행한 비임상 효력실험에서 CKD-508의 LDL-C 감소 및 HDL-C 증가 효과가 확인됐다. 종근당은 “이상지질혈증의 주요 지표인 아포단백질(Apo-B)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도 입증됐다”고 밝혔다.
특히 CKD-508은 약물에 의해 예상치 않게 발생하는 부작용을 뜻하는 ‘오프타깃 효과(off-target effect)’를 극복했다. 또 약물의 지방세포 축적, 약효 미약, 낮은 안정성 등 1세대 CETP 저해제의 문제점도 뛰어넘은 2세대 약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11월에는 FDA로부터 미국 임상 1상을 승인받아 CKD-508의 안전성 및 지질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 임상 2상을 위한 최적 용량을 탐색할 예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508은 약물 축적 및 혈압 상승 등의 문제로 개발을 중단한 이전 CETP 저해제들의 문제점을 해결했고, 저용량에서도 약효가 기대되는 혁신적인 약물”이라며 “개발에 성공할 경우 스타틴(콜레스테롤 합성저해제) 계열의 약물로도 조절되지 않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항암 이중항체 신약 개발 중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CKD-702는 항암 이중항체 바이오 신약이다. 2022년 유럽종양학회에서 CKD-702의 임상 2상 권장 용량을 결정하고 약동학적 특징, 안전성 및 항종양 효과를 평가한 임상 1상 Part 1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항암 신약으로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는 CKD-702의 임상 1상 Part 2를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향후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선별된 환자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여 미충족 수요가 높은 다양한 암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종근당의 CKD-703은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c-Met 항체에 시나픽스로부터 도입한 차세대 ADC 기술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중이다. c-Met의 하위 신호를 저해하는 동시에 세포독성약물(payload)을 암세포로 전달해 사멸을 유도한다. 종근당은 “혈중에서 세포 독성 약물의 무작위적 분리를 최대한 억제해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