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타트업 ‘갤럭스’ 연구진은 지난 3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 아카이브’에 인공지능(AI)으로 새로운 항체 6종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단백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인공 단백질을 ‘드 노보(de novo)’ 단백질이라고 한다. 이는 특정 질병의 항원을 겨냥한 항체를 인공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여서 혁신 신약 개발 방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드 노보(de novo)' 설계를 구현한 갤럭스는 석차옥<사진>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2020년 창업했다.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그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에서 "최근 발표한 드 노보 설계에 관한 논문 성과에 대해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가 관심을 보였다"며 "올해 안에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 건에 대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스의 핵심 기술은 자체 AI 플랫폼 ‘갤럭스 디자인’이다. AI로 특정 항원(단백질)에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설계하는 것이다. 석차옥 대표는 “대다수 신약 AI 기업이 단백질 데이터를 많이 학습시키는 데 집중했지만, 우리는 AI에 분자의 원리를 학습시켜 단백질 생성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똑똑한 AI’를 만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갤럭스가 만들어낸 항체는 앞선 해외 기업의 드 노보 항체보다 우수한 결합력과 안정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석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항체 3종은 신약 후보 물질이 될 잠재력이 보인다”며 “기술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국내외 제약사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신약 개발 분야에서 AI가 주목받는 것에 대해 석 대표는 “AI가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는 이바지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 단계에서 신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까지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신약 개발 초기에 활용되는 AI 기술을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