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기존의 조직검사를 대체할 초미세 나노바늘 패치를 개발했다./킹스칼리지 런던

조직을 절개해 일부를 떼어내는 의료 검사가 머지않아 사라질지 모른다. 과학자들이 초미세 바늘 수천만 개가 붙은 패치로 통증 없이 질병을 진단할 방법을 제시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연구진은 조직검사를 위한 나노바늘 패치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됐다.

조직검사는 암, 알츠하이머병 등 질병을 진단하거나 경과를 추적하는 데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조직 일부를 잘라내 현미경으로 관찰하거나 유전자 정보를 해독한다. 생체검사(생검)라고도 한다. 하지만 조직을 자르고 바늘로 찔러 일부를 떼어내는 기존 방식은 통증을 줄 뿐 아니라 흉터를 남기고, 감염 위험도 있어 환자들이 달가워하지 않았다. 특히 뇌처럼 민감한 부위는 자주 검사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수준인 초미세 바늘들이 붙은 패치를 개발했다. 패치를 붙였다가 떼내면 조직을 손상하지 않고 세포 안의 단백질과 지질, 메신저 리보핵산(mRNA) 같은 분자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환자에게 통증을 주지 않고, 조직 손상이나 염증 걱정도 없어 특정 부위를 반복해서 검사할 수도 있다. 패치를 계속 붙이고 있으면 질병의 진행 상태나 치료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인간의 뇌암 조직 시료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해 초미세 바늘 패치가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세포 내 다양한 분자를 추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암세포를 확인할 뿐 아니라 질병의 진행 속도와 치료에 대한 반응 등을 세포 수준에서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나노바늘 패치는 뇌 수술 현장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수술 도중 의심되는 부위에 이 패치를 붙이면 단 20분 만에 암세포나 치료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 빠르고 정확한 수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패치는 반도체 칩 공정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의료용 반창고니 내시경 장비, 콘택트렌즈 등 다양한 의료기기에 통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다.

논문 교신저자인 치로 치아피니(Ciro Chiappini) KCL 교수는 “12년간 나노바늘 기술을 연구해 왔지만, 이번이 가장 흥미로운 성과”라며 “뇌암이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진단 수단이 될 뿐 아니라 개인 맞춤 의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Nanotechnology(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65-025-019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