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의 예방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차세대 백신을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경상국립대학교는 12일 “김명옥 생명과학부·응용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의 예방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차세대 에피토프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김 교수는 이의 원천 기술 확보 및 백신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Aβ) 중 면역 반응은 유도하면서도 부작용이 거의 없는 부분을 정밀하게 선별해 백신의 핵심 성분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를 두 가지 특수 단백질(OVA·KLH)과 결합해 면역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뇌 염증을 줄이고 시냅스(신경세포 접합부)를 보호하며 기억력 저하가 눈에 띄게 개선되는 효과가 실험에서 입증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치매의 70~80%를 차지하는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이다. 기억력 감퇴, 언어·집행 기능 저하, 성격 변화 등의 증상이 서서히 악화하며 지금까지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 기존 치료제는 반복 투여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들고 뇌혈관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백신은 기본적인 효과에 안전성까지 높였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 몸 면역세포 중 하나인 B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자극해 부작용 없이 강한 항체를 스스로 만들어내도록 설계된 것이다. 동물 실험에서도 백신을 투여한 쥐의 뇌 속 독성 물질이 줄고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회복됐음이 확인됐다. 효과는 6~9개월 이상 유지됐고 두 번만 접종해도 충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뇌, 행동 그리고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 온라인판에 지난 8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 백신 상용화를 염두에 둔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또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선도연구센터’를 추진 중이며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과 공동 연구로 상용화를 이끌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백신은 알츠하이머병 예방과 발병 후 진행 억제·기능 회복에 효과가 있다”며 “예방과 치료를 겸한 ‘1석2조’ 전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