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프랑스 브리트니 르 구에르노에 있는 보란페레 동물 공원의 어미 인도 코뿔소와 아기 코뿔소.
코로나로 가족을 잃고 홀로 남은 한 코뿔소 모습. 2020년 4월 남아프리카 림포포주.

코뿔소의 뿔을 제거하면 코뿔소 밀렵을 78%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대학교의 티모시 카이퍼 연구팀 등은 코뿔소 뿔을 미리 제거하면 밀렵이 78%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불법 사냥꾼들 사이에서 코뿔소 뿔은 장신구 소재나 약재의 재료로 몰래 거래된다. 이번 연구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대학교, 스텔렌보스 대학교도 함께 참여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 주변의 11개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코뿔소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곳엔 아프리카 코뿔소의 25% 가량이 살고 있다. 연구팀은 이 기간 동안 1985마리의 코뿔소가 밀렵꾼들에 의해 희생됐다고 분석했다.정부 및 연구기관들이 약 7400만달러(약 1005억원)를 들여 추적견이나 감시카메라, 순찰대를 운영하면서 700명이 넘는 밀렵꾼을 체포했지만 이 같은 조치가 밀렵률이 줄어드는 데 도움이 되진 않았다.

연구팀은 반면 같은 기간 8개 보호구역에서 정기적으로 뿔을 없앤 코뿔소 2284마리에 한해선 밀렵률이 78%까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뿔을 제거하는 비용도 감시카메라, 순찰대 운영 등에 필요한 예산보다 훨씬 적게 들었다. 연구팀은 “전체 코뿔소 보호 비용의 1.2%만 있으면 정기적으로 코뿔소의 뿔을 없앨 수 있었다”면서 “밀렵꾼을 잡아 체포하는 것보다 밀렵의 보상(뿔)을 줄이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코뿔소의 뿔은 단백질의 일종인 케라틴으로 이뤄졌다. 신경이 없어서 제거해도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이 ‘코뿔소 뿔 제거 프로젝트(Dehorning Rhinos Project)‘는 코뿔소를 마취한 뒤 전기톱 등을 사용해 뿔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코뿔소의 눈과 귀를 가려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고 한다.

뿔을 잘라낸 한 남아프리카 코뿔소의 모습. 밀렵을 피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때 뿔의 뿌리를 손상시키지 않고 신중하게 잘라내면 코뿔소의 뿔은 다시 자라난다. 보통 완전히 다시 자라나는 데 3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반대편에선 이 같은 조치가 동물 복지 및 생명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코뿔소의 뿔은 동물끼리 의사소통을 할 때 주요한 도구로 쓰일 뿐 아니라, 자기 방어 및 짝짓기 경쟁 등에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수컷 코뿔소는 뿔로 짝짓기 경쟁을 하고 영역을 방어한다. 일각에선 뿔이 없으면 서열 구조나 번식 행동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어린 코뿔소나 암컷의 경우엔 뿔이 없으면 자기 보호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뿔이 없는 코뿔소들은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3년 스위스 뇌샤텔 대학교 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뿔이 잘린 코뿔소들은 서식 범위가 최대 82%까지 줄었든다는 분석을 내놨다. 개체끼리의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도 37%나 감소했다.